양해영 KBO사무총장이 FA시장에서 행해지고 있는 각종 불법 행위에 대해 엄단 의지를 밝혔다. 올해 FA시장은 사상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해를 넘어서고 있다. 최대어인 김현수가 메이저리그행 타진으로 빠진 가운데서도 박석민이 옵션포함 96억원에 NC로 가는 등 몸값 폭등세다. 100억원 마지노선이 사실상 무너진 셈이다.
문제는 구단마다 행해지고 있는 탬퍼링(정해진 기간 이전에 선수와 접촉, 계약 등을 제안하는 일)과 비공인 에이전트 묵인 등 불법 요소다. 선수난으로 인한 시장상황 못지 않게 FA몸값 상승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양 총장은 "한국프로야구는 에이전트가 없다. 대리인을 에이전트라고 부를 수 있지만 이들이 계약에 끼어드는 것은 불법이다. 구단이 이들을 상대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받아줬다가 뒤늦게 선수 몸값이 크게 상승한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대면계약이 규약에 있는 만큼 선수와 직접 계약을 하면 된다는 얘기. 양 총장은 "한때는 해당구단이 대리인을 통해 원하는 선수를 빼올 수 있다고 판단해 이들을 이용하다가 몸값이 오르니까 말을 바꾼다. 이렇게 되면 구단의 비용증가 등을 고려해도 에이전트 제도의 양성화 목소리만 커진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행위다. 제도가 없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지키지 않으려는 것이 문제다. 시행이 중요하다. 이 문제의 근본해결책은 간단하다. 구단들이 대리인과는 접촉을 하지 않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야구는 대리인(변호사에 국한) 제도 도입을 유보하고 있다. 2001년 규정은 만들었지만 비용증가 등을 우려해 구단, KBO, 선수협회가 논의해 향후 시행키로 했다.
탬퍼링 얘기가 나오자 목소리가 높아졌다. 양 총장은 "탬퍼링의 경우 어느 구단이든지 증거를 가지고 신고만 하면 규정대로 처리할 것이다. KBO는 강력하게 처리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A급 FA의 경우 미리 손을 쓰지 못하면 잡지 못하는 상황이 일반화 되고 있다. 시즌 중에 선수와 접촉해 미리 영입의지를 밝히는 구단도 있다. 원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이 끝나자 마자 계약발표 하는 경우도 많다. 올해는 탬퍼링 지적이 하도 많아 구단들도 눈치를 보며 계약 발표 시기를 조율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총장은 "구단들이 탬퍼링으로 인해 몸값이 폭등한다고 불편한 목소리를 내지만 KBO에 이를 제보하는 팀은 한곳도 없었다. 다들 원죄가 있기 때문이다. 피해를 봤다고 하는 팀도 탬퍼링을 한 적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나. 언젠가는 한번은 겪고 가야하는 일이다. 불법은 곪다가 터질 수밖에 없다. 원정도박 사건도 마찬가지다. 털고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