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가 경주 초반 낙마했지만, 말이 작전을 세워 결승선을 1등으로 통과했다면 순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답은 '노'다. 기수가 낙마한 말은 주행중지 처리가 된다. 지난 21일 경기도 과천의 렛츠런파크서울 제12경주(혼합 3등급·1700m)에서 이같은 사례가 나왔다. 자칫 다른 말들의 주행을 방해하면서 다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순간이었지만, 문제의 말은 훌륭한(?) 작전 전개와 자리 잡기로 결승선을 맨 먼저 통과했다. 주인공은 바로 5세의 암말 '담양미소'. 게이트 이탈과 함께 기수가 낙마되었지만, 홀가분한 몸으로 주로 맨 바깥쪽에서 출발해 선두그룹을 따라가 결국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보통 말들은 뭉쳐서 달리려는 습성 때문에 기수가 초반에 낙마하면 앞서 달리는 말들을 따라가거나, 경주 중간에 밖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담양미소'는 기수가 없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다른 말들을 제치는데 성공했다. 2013년 이후 오랜만에 가장 먼저 결승선을 밟는 영광의 순간이, '담양미소'만의 행복한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기수가 낙마해도 순위가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 8월 경주에 나선 '다이긴다'는 결승선 3위 통과가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말의 발 디딤이 불량해 앞으로 넘어져 기승하고 있던 기수가 낙마한 바 있다. 낙마 당시 '다이긴다'에 기승하고 있던 기수는 말의 고삐를 끝까지 잡고 있었고, '말이 결승선에 도착하는 순간 기수는 말의 고삐를 잡고 있거나, 말목에 매달리는 등 기수의 몸이 말 또는 장구에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기수의 몸이 경주로 지면이나 다른 말(기수), 펜스에 닿지 않아야 한다'는 심의 기준에 따라 순위를 인정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