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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누른 테임즈는 왜 ML를 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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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에릭 테임즈와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가 벌인 MVP 경쟁은 명승부였다. 24일 진행된 MVP 시상식에서 테임즈는 박병호를 가까스로 누르고 외국인 선수로는 역대 세 번째로 정규시즌 MVP에 선정됐다. 한국야구기자회소속 기자단 투표에서 유효 투표수 99개 가운데 50명의 지지를 받았다. 2위 박병호는 44표를 획득했다. 불과 6표 차이였다. 올해 정규시즌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는 박병호가 아니라 테임즈였다는 공식 판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드는 의문이 있다. 박병호는 이미 포스팅 시스템에 따라 미네소타 트윈스와 입단 협상에 들어갔다. 그의 꿈이었던 메이저리그 입성이 머지 않았다. 그렇다면 테임즈도 메이저리그를 꿈꿀 수 있는 것 아닐까. 적어도 올시즌 활약상만 봐도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이다.

테임즈는 1986년생으로 박병호와 동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태어났으며 2008년 드래프트 7라운드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보통 50라운드까지 진행되는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7라운드에 선택받았다면 유망주로 각광받았다는 의미다. 테임즈는 2년여간의 마이너리그 수업을 마치고 201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그해 95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6푼2리, 12홈런, 37타점을 때리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듬해 7월 토론토는 구원투수 보강을 위해 시애틀 매리너스의 스티브 델라바를 영입하고 테임즈를 내주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2012년 테임즈는 메이저리그 86경기에서 타율 2할3푼2리, 9홈런 25타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2013년에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팀을 옮기며 저니맨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해 테임즈는 메이저리그에서는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마이너리그 98경기에서 타율 2할8푼3리, 10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그가 미국 야구서 밟은 흔적을 더듬어보면 메이저리그가 열광할 수 있는 선수는 아니었다.

테임즈는 2013년 11월 NC의 입단 제안을 받고 주저없이 한국행을 선택했다. 2014년 125경기에서 타율 3할4푼3리, 37홈런, 121타점을 때린 테임즈는 NC 뿐만 아니라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인정을 받았다. 재계약에 성공한 테임즈는 올해 142경기에서 타율 3할8푼1리, 47홈런, 140타점을 기록하며 박병호를 누르고 MVP가 됐다.

2년 동안 한국 프로야구에서 타율 3할6푼, 84홈런, 261타점을 올렸다면 메이저리그에서도 눈길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일본 프로야구서도 테임즈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NC가 올해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테임즈와 재계약을 마친 것은 이 때문이다. 공식 발표한 재계약 조건은 연봉 150만달러. 올해 성적에 따라 내년 재계약을 보장한다는 옵션 조항이 붙어 있기는 했지만, 미국과 일본 구단의 움직임을 파악한 NC는 재계약 작업을 서두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테임즈의 마음 속에도 분명 메이저리그의 꿈이 살아있다. 그럼에도 그는 왜 계속해서 한국 프로야구를 선택했을까.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를 오랫동안 맡아온 한 구단 관계자는 "테임즈는 메이저리그를 겪어봤고 자신의 능력치를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어떤 투수 공도 자신있게 칠수 있다는 점, 안정된 신분으로 '왕노릇'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면서 "실력만 놓고 본다면 한국에서는 최고의 선수지만, 메이저리그가 바라보는 평가는 또 다를 것이다.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2~3년 동안 뛰면서 검증을 받은 상황에서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는 이유로 거액을 주고 데려가려는 구단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풀이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박병호는 아시아의 거포로 4년 동안 홈런왕을 차지했다. 그 가능성을 보고 미네소타가 데려가려는 것이다. 신선함이 있고, 마케팅 측면도 고려됐을 수 있다. 만약 테임즈가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면 그 조건은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만일 테임즈가 내년에도 올해처럼 변함없는 실력을 보여준다면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있다. 테임즈는 MVP로 결정된 후 인터뷰에서 "내년에는 50-50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