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은 삼성 구자욱이었다. 구자욱은 올시즌 넥센 김하성과 막판까지 치열한 신인왕 접전을 펼쳤다. 박빙 승부가 예상됐는데 지난 24일 한달 남짓의 기다림끝에 개표를 해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유효 100표 가운데 구자욱은 60표를 얻었다. 김하성은 34표에 그쳤다. 성적만 놓고보면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지만 투표결과는 한쪽으로 기울었다. 구자욱의 압도적 수상 원동력은 임팩트, 강렬함이었다.
구자욱은 2012년 삼성에 입단, 올시즌 1군에 처음으로 올라왔다. 116경기에서 타율 0.349(3위) 97득점, 11홈런, 57타점, 17도루를 기록했다. 타격전반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삼성의 고질인 톱타자 문제를 단숨에 해결했다. 시즌 막판 부상으로 결장한 것이 다소 아쉬움을 남겼지만 투표결과에는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았다.
김하성은 140경기에서 타율 0.290 19홈런 73타점 22도루를 기록했다. 20홈런-20도루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팀의 주전 유격수로 수비부담이 상당한 가운데 거둔 타격 성적표라 큰 의미를 둘만 했다. 아슬아슬한 싸움이 예상됐고, 전문가들조차 팀기여도에선 김하성이 절대 밀리지 않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결국 구자욱은 강렬함에서 김하성을 능가했다. 구자욱은 잘생긴 외모로 시즌전부터 큰 관심을 뿌렸다. 지난해 MVP시상식에서 구자욱은 2군 남부리그 수위타자상을 받았다. 말끔한 정장차림의 탤런트같은 외모로 온라인상에선 도대체 구자욱이 누구냐며 웅성거렸다. 이후 스프링캠프에선 류중일 삼성 감독의 사랑을 받았다. 류 감독은 "이번 스프링캠프 최대 수확은 구자욱"이라고 했다. 주위 관심과 기대는 부담과 스트레스를 야기시키지만 구자욱은 이를 훌륭하게 극복했다. 지난해 2군리그 수상자 중에서 1군에서 톱클래스 성적을 올린 이는 구자욱이 유일하다.
힘겨운 상황을 반전 드라마로 이끈 것도 스타성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대타로 한번씩 출전해도 타격감을 잃지 않았고, 내야수와 외야수를 넘나드는 혼란스런 수비부담 속에서도 플레이는 흔들리지 않았다. 팀이 위기에 처한 중요 경기에서 구자욱은 더 나은 활약을 했다.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 구자욱이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