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의 길을 열어주는 패스를 찔러줬고, 열린 공간을 영리하게 파고들었다."
잉글랜드 대표 출신의 트레버 싱클레어가 영국 국영방송 BBC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전문 프로그램 매치오브더데이(MATCH OF THE DAY)에서 '손샤인' 손흥민(토트넘)에 내린 평가다.
어딘지 어색한 평가다. 그간 손흥민의 이미지는 '돌격대장'이었다. 질풍 같은 스피드를 앞세워 드리블한 뒤 양발을 이용한 탁월한 슈팅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손흥민의 트레이드마크였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움직임 자체는 단조로웠다. 볼을 잡았을때는 위협적이지만, 반대로 '오프더볼(OFF THE BALL·볼을 잡지 않았을때의 움직임)' 상황에서는 게을러 보였다. 손흥민이 '반쪽짜리 선수'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 이유다. 최강희 전 A대표팀 감독도 이런 이유로 손흥민을 중용하지 않았다.
그런 손흥민이 달라졌다. 연계와 움직임면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손흥민은 23일 웨스트햄전에서 공격진영에서 18개의 패스를 시도해 17번을 성공시켰다. 성공률이 94%에 달했다. 토트넘의 실질적인 플레이메이커인 크리스티안 에릭센(16개), 무사 뎀벨레(16개) 보다도 많았다. 슈팅으로 연결된 패스만 3차례다. 토트넘의 첫 골도 손흥민의 발끝에서 시작됐으며, 마지막골은 손흥민의 어시스트로 만들어졌다.
움직임 역시 인상적이었다. 원톱 해리 케인의 동선과 겹치지 않으며, 케인이 만든 빈공간을 영리하게 파고들었다. 오른쪽 미드필더로 기용된 손흥민은 중앙 쪽에서도 존재감을 보였다. 비록 케인이 해트트릭에 욕심을 부리며 적시에 패스가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토트넘이 이날 대량득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손흥민의 영리한 움직임이 큰 몫을 차지 했다.
수비도 발군이었다. 높은 위치부터 과감하게 압박하며 상대의 공격작업을 방해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수세시 수비법이다. 손흥민은 웨스트햄의 윙어 혹은 윙백이 공격에 나서면 엔드라인까지 따라 내려가 적극적인 수비를 펼쳤다. 태클도 7번이나 했다. 손흥민이 교체아웃된 후반 41분 손흥민이 틀어 막던 오른쪽에서 골을 허용한 것은 이날 손흥민이 얼마나 수비적으로 많은 공헌을 했는지 보여준 장면이다. 팬들은 수비에 적극적인 손흥민에 '수비형 윙어'를 탄생시킨 '레전드' 박지성(은퇴)과의 이름을 합쳐 '손지성'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손흥민은 압박과 역습을 강조하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의 전술에 맞춰 한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만능형 공격수로 변신하고 있는 손흥민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