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철 포항 신임 감독(44)은 프로 초보 사령탑이다. 그 동안 강원 코치와 17세 이하 청소년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 하지만 프로에서 처음으로 감독을 수행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데뷔 시즌부터 부진을 겪은 감독들의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일각에서 우려를 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 감독이 프로 사령탑으로 첫 발을 내디딜 2016년은 녹록지 않다. 극복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가장 먼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와 K리그 병행이다. 내년은 최 감독에게 K리그만 치러도 벅찬 시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최 감독의 운명은 이미 정해졌다. ACL도 함께 해야 한다. 선수단 운용의 또 다른 노하우가 필요하다. 그나마 만반의 준비를 할 수 있는 관건은 ACL 본선 직행이다. 29일 운명이 결정된다. 포항은 FC서울을 꺾고 동시간대에 펼쳐지는 수원-전북전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만약 3위를 차지해 ACL 플레이오프(PO)부터 시즌을 시작하게 될 경우 출발부터 꼬일 수 있다. ACL PO는 내년 2월 9일 펼쳐진다. 다른 팀보다 시즌을 한 달 전부터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시즌→충분한 휴식이라는 사이클에 맞춰진 선수들의 휴식 시간이 줄어들게 되면, K리그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2013년 ACL PO를 경험했던 황선홍 현 포항 감독도 "2년 전 ACL PO를 치렀던 때를 떠올려보면 정말 힘들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최 감독은 K리그 고별전을 앞둔 황 감독에게 ACL 본선 직행이라는 마지막 선물을 바라야 하는 상황이다.
최 감독이 넘어야 할 산이 또 있다. 축소될 구단 예산이다. 모기업 포스코는 최근 대대적인 계열사의 구조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축구단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고무열 신화용 황지수 박성호 김태수 등 베테랑 선수들이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FA)으로 풀린다. 줄어드는 예산에 맞춰 구단이 운영되기 위해선 선수들이 연봉을 삭감 또는 동결해서 팀에 남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FA 선수들의 마음을 잡기 힘들다. 이들의 빈 자리가 생길 경우 당장 선수 운용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미래를 대비해 포항 유스팀에서 젊은 선수들을 1군으로 끌어올려 공백을 메운다고 해도 분명 전력 약화는 불보듯 뻔하다. 최 감독은 "무리한 선수 운영이 아니라면 내년 모기업의 지원이 줄어들더라도 구단에서 많이 도와줄 것"이라며 밝은 미래를 꿈꿨다. 그러나 마뜩찮은 현실에 부딪힐 수 있다. 선수단 운영에 플랜 B와 C까지 준비해놓는 꼼꼼함을 보여야 한다.
최 감독이 처음부터 걸어야 할 길은 분명 '꽃밭'은 아니다. 가시밭길이 될 수 있다. 최 감독이 '초보'라는 무게를 빠르게 내려놓을 수 있도록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