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시장이 쉽고 간단한 캐주얼 게임들로 가득했었을 당시, 일부는 RPG 대세론을 주장하면서 변화의 흐름에 미리 대비할 것을 경고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RPG는 실제로 모바일게임 시장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곧 시장의 흐름을 가져갔다.
RPG는 독특한 재미와 게임성으로 시장에 적응하며 유저들 삶 속에 파고들었다. 시작은 좋았으나 점차 뻔한 성장과 파밍 중심의 강화, 진화 콘텐츠에 지루함을 느낀 유저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모바일게임 자체에서 이탈하는 사람들도 속속 나타났다.
그러던 와중 최근 다시 한 번 변화의 흐름을 가져가기 위한 업계의 움직임이 최근 포착됐다. 가장 먼저 변화를 시도한 곳은 인디 분야로, 무한한 던전을 앞세운 클릭커 게임들을 내세워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어서 대형 게임사도 변화의 대열에 합류해 틀을 깬 색다른 게임을 속속 선보였다.
최근 등장한 색다른 게임들의 공통점은 착한 유료화 모델이다. 속이 뻔히 보이는 비즈니즈 모델 보다는 누구나 공평하게 오래하는 유저들을 중심으로 삼아 게임의 본질인 재미에 집중했다.
'지겨워 하지마'는 클릭커 게임의 장점을 모아 놓은 신선한 인디게임이다. 클릭커와 같은 과격한 터치는 없지만 유저는 그저 몇 번의 클릭으로 던전을 돌파하고 간단하게 성장을 이어갈 수 있으며 많은 신경을 기울이지 않아도 즐겁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임의 핵심 재미는 단순함이다. 복잡한 최근 모바일게임과 반대되는 게임으로 성장과 자원 수집 등 귀찮은 부분은 자동적으로 이뤄진다. 유저는 그저 쌓인 재화를 수거하고 스킬을 성장시키거나 주요 능력치를 높여주면서 더 많은 보상을 노릴 수 있게 맞춰주면 된다.
'화이트데이'는 PC 패키지 버전의 전작을 잇는 모바일 어드벤처 게임이다. 모바일 기기에 맞춰 게임성을 다듬고 고유의 특색은 살리면서 새롭게 리뉴얼된 것이 특징이다. 모바일 버전 개발 당시의 화이트데이는 기존의 게임들처럼 단조로운 게임성을 가지고 있었으나 개발 도중 이를 벗어버리고 유료 게임의 패키지 버전으로 선보였다.
유저들은 추가 과금과 레벨링에 따른 스트레스 없이 한 번 화이트데이를 구입한다면 엔딩까지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부분 유료화를 선택하지 않고 유료 게임으로 등장한 것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엇갈리고 있지만 게임 콘텐츠도 상당히 탄탄해 초반 유저들의 극찬이 뒤따르는 등 인기가 좋다.
넥슨의 '슈퍼판타지워'는 대형 게임사가 변화에 합류해 틀을 깨고 선보인 대표적인 게임이다. 착한 유료화 모델은 물론 재미에만 집중해 게임 콘텐츠를 구성한 보기 드문 착한 게임으로, 출시 직후 매출 상위권에 오르면서 실리까지 챙겼다.
게임 자체는 SRPG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성장보다는 전략적인 부분에 게임성을 집중한 것이 기존 게임들과의 차별점이다. 유저들은 함께할 영웅들을 뽑기가 아닌 스테이지 클리어를 통해서만 얻어야 되며 성장도 과금하는 유저보다는 오래 게임을 즐긴 유저가 강해지도록 만들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게임은 과거 패키지 게임의 SRPG를 즐긴다는 느낌이 강하다. 여기에 모바일 시대에 발맞춰 일부 필수적인 요소와 콘텐츠를 포함시키는 등 시대에 잘 적응한 게임으로 관계자들 사이에서 소개도 되고 있다.
지금 당장 이들 게임은 실험적인 게임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유저들의 호응이 함께 뒤따라 준다면 주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모바일게임 시장은 점점 더 빠르고 극적인 상태로 변화 중이며 앞으로의 유행과 흐름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시장이 됐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단조로운 성장과 파밍 중심의 RPG 시대는 이미 끝났는지도 모른다."며 "지금도 다양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 게임들이 유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저들도 똑똑해진 만큼 앞으로 속이 보이는 게임은 시들고 혁신적이면서 재미를 위한 게임들이 대세를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만 게임인사이트 기자 ginshenry@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