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 권위와 오랜 역사를 가진 '청룡영화상'이 오는 26일 서울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성대하게 열린다. 올해로 서른여섯번째가 된 '청룡영화상'은 국내에서 가장 공정한 영화상이자 가장 권위있는 영화상으로 꼽힌다. 청룡영화상이 이같은 평가를 받게 된 것에는 역시 투명한 심사와 그 과정을 공개하는 것 그리고 대중이 고개를 끄덕일만한 수상자 선정에 있다. 이에 '청룡영화상'의 그동안의 발자취를 짚어봤다.
제1회 시상식은 당시 서울시민회관이라고 불리던 현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당시에는 대부분의 플래카드가 한문으로 쓰여있었고 무대 위에 축화화환이 세워져 있는 등 이색적인 상황이 많았다. 또 70년에 열린 7회 행사때는 배우 허준호의 아버지 허장강과 사미자가 각각 남녀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71년 시상식에는 최민수의 아버지 최무룡과 현재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윤여정이 남녀주연상을 수상했다. 윤여정은 당시 신인상을 기대하다 여우주연상을 받아 너무나 놀랐다고 밝힌 바 있다.
1990년 17년만에 재개된 11회 시상식에는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삭발을 한 신성일과 이 장관이 악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고 최진실은 '남부군'으로 신인여우상을 수상해 톱스타자리를 예약했다. 1993년 시상식에는 최수종 하희라 부부가 고 앙드레김이 직접 제작한 커플 의상을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었다.
지금은 활동을 중단한 심은하는 1998년 시상식에서 '8월의 크리스마스'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약속'으로 함께 남우주연상의 수상한 박신양의 헤어스타일도 이색적이었다. 1999년에는 이정재와 전도연이 남녀주연상을 수상했다. 지금은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가 된 두 배우의 앳된 모습이 눈에 띈다. 2000년 시상식에서는 장동건 유지태 김희선 등 당대 톱스타들이 모두 인기상 수상자로 발탁되며 화제를 모았다.
2005년 시상식에서는 황정민의 그 유명한 '밥상 소감'이 등장했다. 황정민은 이날 '너는 내 운명'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인데..."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 소감은 영화팬들에게 큰 감동을 주며 시상식 소감의 바이블처럼 여겨지고 있다.
2011년 시상식에는 중국배우 탕웨이가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시상식에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지금은 남편이 된 김태용 감독의 영화 '만추'에 출연하며 후보가 된 것. 시상식에서 '블라인드'의 김하늘이 수상자로 결정되자 옆자리에 앉은 탕웨이는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포옹을 해줘 보는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황정민의 '밥상 소감' 이후 또 다시 지난 해 시상식에서 감동 소감이 등장했다. '한공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천우희는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큰 시상식에서 이렇게 작은 영화의 유명하지도 않은 제가…"라는 소감으로 영화팬들의 마음을 함께 울렸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