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김현수 손아섭 황재균.
이번에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한국 프로야구 출신으로 따지면 이대호와 오승환을 포함해 무려 6명의 톱클래스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진출에 운명을 걸었다. '제2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들이다. '인생 역전'을 위해 도전했던 90년대와는 다르다. 이미 한국과 일본에서 해 볼 것을 다 해본 선수들이다. 좀더 넒고 높은 무대에 자신을 시험하고 싶은 욕망. 도전 정신의 차원이다.
물론 이들 모두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다 해도 돌아갈 곳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다. '안전장치'가 있으니 그 어떤 행동과 발언에 걱정할 일은 없다. 하지만 원소속팀 입장에서는 이들의 거취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국내 FA 시장은 지난 21일 개장됐다. 나흘이 지난 지금까지 원소속팀과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원소속팀과의 우선 협상기간은 오는 28일까지다. 아직은 시간이 있다. 역대 최다인 22명의 선수가 FA를 선언했다. 10개팀 체제가 시작된 올해 선수난을 호소했던 각팀들은 부족한 전력을 채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포지션별로 다양한 선수들이 매물로 쏟아졌다. 그러나 아직은 탐색전의 시간이다. 늘 그렇듯 마지막 순간까지 가봐야 FA들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FA 최대어는 김현수다. 김현수의 해외 진출이 결정된다면 두산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된다. 당장 전력 보강에 나서야 한다. 두산은 프리미어12 기간 동안 김태룡 단장이 대회 현지로 나가 김현수를 만났다. FA 계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다. 그리고 김현수의 해외진출 의사가 어느 정도인지도 가늠했을 것이다. 따라서 김현수의 거취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뭔가 결정되기 이전까지 두산이 움직일 수 있는 여지는 작아 보인다. 물론 내부 FA인 오재원과 고영민의 협상과는 별개의 문제다.
롯데도 마찬가지다. 손아섭(나중에는 황재균이 되겠지만)의 거취가 결정되기 이전 FA 시장을 과감하게 공략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투수 부분에서는 얼마든지 욕심을 부릴 수 있지만, 야수 쪽으로는 손아섭의 메이저리그 진출 문제가 매듭지어져야 일을 수월하게 풀 수 있다. 만일 롯데가 손아섭의 거취와 상관없이 이번 스토브리그를 풀어가겠다고 한다면 진취적인 방향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FA 시장과 해외진출 선수들의 거취는 밀접한 관계가 성립한다. 박병호의 경우 예상했던 액수보다 많은 1285만달러의 포스팅 금액이 나왔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기정사실로 볼 수 있지만, 김현수와 손아섭, 황재균의 경우에는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원소속팀 두산과 롯데의 태도다. 두산은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김현수를 잔류시키려고 노력할 것이다. 완전한 FA이기 때문에 두산이 끼어들 수 있는 공간은 '돈' 말고는 없다. 롯데는 손아섭의 포스팅 금액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금액이 적으면 받아들이지 않으면 된다. 두산이 기를 쓰고 김현수 재계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 롯데는 느긋하게 앉아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형국이다.
적어도 야수 부분에서는 두 구단의 행보는 다를 수 밖에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