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대 게임사인 넥슨은 온라인게임사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제는 온라인게임이나 모바일게임 등 대부분의 장르에서 대표적인 수익모델로 자리잡은 '부분유료화'(free to play) 방식은 사실상 넥슨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트라이더'와 같은 캐주얼 장르뿐 아니라 '마비노기' 시리즈, '메이플스토리' 시리즈 등 RPG를 히트시키고 '던전앤파이터'와 '서든어택', 'FIFA 온라인 3' 등 인기 IP를 과감하게 사들여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하며, MMORPG 장르에 특화된 엔씨소프트와 함께 국내 온라인게임의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아쉬움도 깔려 있다. 최근 수년간 모바일게임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넥슨도 이에 뒤지지 않기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좀처럼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히트작을 내지 못했다. 발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게임의 트렌드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며 대형 게임사로서의 한계를 지적하는 이도 많았다. 생존을 위해 모바일게임 올인을 선언한 후 '모두의 마블', '세븐나이츠', '몬스터 길들이기', '레이븐', '마블퓨처파이트', '길드 오브 아너', '백발백중', '이데아'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국내 모바일 장르를 사실상 제패한 넷마블게임즈와 지속적으로 비교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넥슨이 올 하반기부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도미네이션즈'로 글로벌 시장부터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한데 이어 '슈퍼판타지워'와 'HIT'(히트)가 초대박 조짐을 보이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 넷마블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른 것이다. 장르로 전략게임과 RPG이기에 반짝 인기가 아닌 롱런이 예상된다. 넷마블이 다수의 인기작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크로스마케팅을 진행, 잇따라 히트작을 생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듯 넥슨도 3개 게임을 앞세워 이 행보를 따라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호탄은 '도미네이션즈'가 쐈다. 지난 2013년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미국 빅휴즈게임즈에서 개발한 실시간 전략게임 '도미네이션즈'는 4월 북미와 유럽에서 먼저 선을 보인 후 8번째 문명인 '한국'을 포함, 지난 8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출시됐다. 세계적인 IP인 '문명' 시리즈와 '클래시 오브 클랜'을 섞어놓은듯한 '도미네이션즈'는 기대대로 큰 호응을 얻었고 벌써 글로벌에서 1300만 다운로드를 기록중이다. 연말에는 PvP 대전을 즐길 수 있는 '월드 워' 콘텐츠가 선보일 예정이라 한국 유저들에게 더욱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도미네이션즈'의 뒤를 이어 지난 5일 글로벌에 동시 출시된 '슈퍼판타지워' 역시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등 양대마켓에서 2주 넘게 10위권을 유지하며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공하기 쉽지 않은 비주류 장르인 SRPG로, 작은 화면에서 캐릭터를 이리저리 움직여 전략적으로 플레이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예상을 깨고 성공의 첫 지표라 할 수 있는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짧은 스토리의 연속이지만 나름의 깊이가 있는데다 공략의 짜릿함을 많이 짚어넣어 추억을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 자동전투 등에서 오는 식상함을 깨는 전략적 요소로 장르 다양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두 게임을 발판으로 'HIT'는 게임명 그대로 초히트작의 반열에 오를 조짐이다. 지난 18일 정식 출시된 이후 하룻만에 넷마블의 신작 '이데아'를 제치고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1위에 올랐고, 역시 하루도 되지 않아 100만 다운로드도 달성했다. 넥슨이 서비스하는 모바일게임 가운데 양대 마켓 1위에 오른 것은 'HIT'가 처음이기에 내부에서는 상당히 고무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IT'는 '리니지2', '테라' 등 대형 MMORPG를 개발한 넷게임즈 박용현 대표가 처음 선보이는 모바일게임으로, 언리얼 엔진4를 사용해 온라인게임에 버금가는 뛰어난 그래픽을 선사한다. 여기에 공중콤보, 던지기, 내려찍기 등 화려한 액션 연출과 자유도 높은 스킬 시스템을 통해 극강의 타격감과 캐릭터 육성의 묘미를 담고 있다. 또 총 180개 스테이지의 '모험 모드'와 특수 스테이지 '시험의 탑', 요일 던전 '성역' 등 비롯해 '결투장' 및 '난투장' 등의 PvP 모드, 최대 5명이 참여해 보스 몬스터를 공략하는 '실시간 레이드' 등 콘텐츠도 탄탄하다.
넥슨 모바일사업본부 이상만 본부장은 "모바일 스케일을 뛰어넘는 그래픽과 탄탄한 게임성, 높은 완성도 등이 이용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여기에 소통하는 운영정책과, 발빠른 이벤트 등이 시너지를 이루며 초반 흥행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넥슨은 지난주 끝난 '지스타 2015'에서도 10여종의 모바일게임 라인업을 선보이며 내년 이후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넥슨이 하반기 3개의 히트작을 기반으로 내년 이후 모바일게임에서도 지속적으로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