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말 김기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KIA 타이거즈는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영입을 검토한 선수가 있었는데, 어려워지자 미련없이 시장에서 철수했다. 외부에서 이름값 있는 선수를 무조건 데려오기보다, 효용성을 따졌봤다고 한다. 팀 분위기도 그랬고, 김 감독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당장 우승 전력을 만드는 게 아니라면 무리를 할 필요가 없다고 단판했다. 젊은 선수 육성에 무게를 둔 리빌딩에 힘이 실렸다.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던 윤석민의 복귀는 어디까지나 돌발상황이었다.
지난 시즌 여러가지 악조건에서도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타이거즈다. 7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페넌트레이스 막판까지 5위 경쟁을 끌어갈 정도로 잠재력을 보여줬다. 시즌 전에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젊은 선수들이 1군 출전 기회를 잡았고,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성과도 적지 않아 몇몇은 최약 포지션의 주전급 선수로 자리를 잡았다. 젊은 선수들을 과감하게 중용한 게 1~2군을 오르내리던 선수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됐다. 물론, 이 모든 게 온전히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1군 선수 부족에 따른 결과이기도 했다.
최근 몇 년간 KBO리그 대다수 팀이 FA 몸값 폭등을 걱정하고 성토하면서 강조하는 게 '팀 내 선수 육성'이다. 최신식 2군 훈련시설을 갖추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선수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가능성있는 선수를 1군 멤버로 키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투자한 만큼 바로 성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KIA라고 예외일 수 없다. 1군 경기에 꾸준히 출전한 선수라고 해도 대다수가 아직까지는 가능성을 보여준 정도다.
올해도 KIA는 외부 FA 영입에 비교적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거액을 투입해야하는 부담이 따르기에 투자대비 효과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또 팀 융합에 저해가 되는 선수는 가려내야 한다. KIA는 지금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의 FA 선수들을 주시하고 있다. 물론, 원하는 선수를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러가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그래도 현 상황에서 가장 확실한 전력 보강은 외부 FA 영입, 수준급 외국인 선수 계약뿐이다.
KIA는 최근 4년간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이다.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팀을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야구명가' 타이거즈 재건을 애타게 기다리는 팬이 많다. 지나치게 신중한 자세가 소극적인 모습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지난 시즌 아쉬웠던 장면을 돌아보면 보강이 필요한 부분이 금방 눈에 들어온다. 수비안정이 이뤄진 반면, 공격력 약화가 발목을 잡았다. 내년에는 마무리 윤석민의 선발 전환이 유력하다. 선발 이후 중간, 뒷문을 지켜줄 투수가 필요하다.
이제 KIA는 성적이 필요하다. 구단이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전력 보강없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