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알 수 없는 양측의 속내. 현실적 접근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의 미국 메이저리그 포스팅 결과 발표가 하루를 남기게 됐다. 손아섭은 23일 32사단 훈련소에 입소하며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게 된다. 포스팅 신청 후 주말이 끼게 돼 손아섭은 자신의 포스팅 결과를 24일 훈련소에서 전해들을 수밖에 없게 됐다.
관건은 포스팅 금액. 선수는 너무나 가고싶어 하고, 구단은 헐값에 보내지 않겠다는 의지가 명확하다. 물론, 선수도 터무니 없는 금액이라면 미련을 버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이 헐값이라는 기준이 너무 추상적인게 문제다. 양쪽에서 '이 금액 이상이면 나가고, 아니면 남는다'라는 정확한 선을 만들지 않았다. 결국, 구단이 결과물을 보고 선택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선수 입장에서는 "이 정도 금액이면 충분히 구단에 공헌했다"라고 할 수 있는 금액이 구단에서는 "우리는 부족하다"라고 한다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그렇다면 발표 하루를 남긴 시점. 손아섭쪽의 합리적 금액을 추정해보자. 자주 언급되는 선수가 일본 아오키 노리치카다. 손아섭과 비슷한 유형의 외야수인 아오키가 2012년 250만달러의 포스팅 비용으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또 다른 비교 사례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있지만 손아섭쪽은 강정호는 냉정히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강정호는 500만달러가 넘는 금액이 포스팅 비용으로 책정됐었는데, 객관적 수치로 40홈런을 친 타자와 자신이 비교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투수쪽에서도 선발과 불펜을 비교하면 선발투수의 몸값이 상대적으로 더 나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특히, 손아섭은 엄청난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새로운 무대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부딪혀보고 싶다는 마음이기 때문에 돈 문제로 얽힌다면 도전의 순수성도 훼손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손아섭은 200만달러 이상의 금액이 나오면 '도전해야 하는 액수'라고 결론지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공을 들여 키운 선수를 다른 리그, 팀에 보내는데 헐값에 무상양도 하고자 하는 구단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롯데쪽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롯데는 포지션, 스타일에 관계없이 강정호를 기준점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최소 50억원 이상의 금액이 확보가 돼야, 다른 FA 선수 1명을 영입할 수 있는 정도의 돈이 된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높은 금액을 책정하기도 힘든게, 손아섭의 시장 상황을 파악해 큰 금액이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선수의 포스팅을 허락했다는 것은 형식적으로 기회를 주고 달래는 것밖에 안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애매한 건 300~400만달러의 포스팅 금액이 나왔을 때다. 결국 선택은 구단의 몫이다. 만약, 구단의 반대로 새 도전을 하지 못할 때 마음의 상처를 받은 선수가 팀에서 제대로 뛰기는 쉽지 않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