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한국 영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올해로 서른여섯 번째를 맞았다.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 '사도'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작품들이 대거 등장한 올해 청룡영화상 시상식은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청룡영화상 시상식을 앞두고 올해 한국 영화를 결산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청룡① D-15] 국제시장-암살-베테랑, 트리플 1000만시대
▷[청룡② D-13] 여배우 기근시대는 옛말, 여배우 맹활약 충무로 접수
▷[청룡③ D-10]'님아' '소수의견' 등 작은 영화는 충무로의 밑거름
▷[청룡④ D-9] 연기력·스타성 겸비한 男신인들의 등장, 충무로 미래가 밝다
▷[청룡⑤ D-8] 한국영화, 역사와 사회를 말하다
▶[청룡⑥ D-6] 척박한 땅을 뚫고 나온 강인한 새싹, 신인여우
충무로에 여배우를 위한 영화가 없다는 말이 수년째 들려온다. 여성 캐릭터가 주도하는 영화가 드물다는 얘기다. 그만큼 여배우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적다. 그런 의미에서 여배우들, 그중에서도 영화계에 첫 발을 디딘 '신인' 여배우들의 고군분투는 더 큰 격려를 받아야 한다. 척박한 환경에서 싹을 틔운 기특한 신예들이 올해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권소현은 장편 영화 데뷔작인 '마돈나'로 단숨에 신인여우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10년 가까이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쌓아온 연기력이 스크린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권소현은 열심히 살아도 벗어날 수 없는 가난과 세상의 폭력에 상처받은 한 여자의 비참한 삶을 묵직한 연기로 그려냈다. 몸무게를 10kg이나 늘리는 등 영화를 위한 헌신도 대단했다. 권소현은 이 영화로 제68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돼 레드카펫을 밟았고,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여우상을 거머쥐었다.
김설현은 아이돌 그룹 AOA의 멤버가 아닌 '신인배우'로 청룡영화상에 당당히 도전장을 냈다.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인 '강남 1970'. 설현은 무려 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배역을 따내며 새로운 뮤즈로 떠올랐다. 1970년대 강남 개발 붐을 둘러싼 욕망의 충돌이 격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설현의 순수한 매력은 영화의 비장미를 더했다. 스크린 데뷔작임에도 다부지고 안정적인 연기로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받았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의 박소담도 충무로가 주목하는 기대주다. 독립영화와 상업영화 단역을 거쳐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로 주연 데뷔했다. 기숙학교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이 영화에서 박소담은 독립적이고 성숙한 내면을 지닌 소녀의 모습을 진중한 연기로 그려내며 영화의 한 축을 책임졌다. 시선을 잡아끄는 묘한 매력의 얼굴에 매번 새로운 색깔을 입히는 박소담의 놀라운 연기 변신은 관객을 매료시킨다.
영화 '스물'에는 이유비가 있다. 아주 당차고 야무진 배우다. 스무살 세 친구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담은 '스물'. 이유비의 존재감은 남자배우들에 밀리지 않는다. 친오빠의 친구를 짝사랑하는 당돌한 여고생. 이유비의 발랄하고 풋풋한 매력이 청춘 코미디 장르와 만나 시너지를 일으켰다. 평범한 대사와 일상적인 장면에서도 포인트를 잡아 리듬감 있게 표현한 이유비의 영리한 연기가 돋보였다.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충무로의 보배다.
이유영도 올해의 발견으로 꼽을 만하다. 첫 장편 데뷔작인 '봄'으로 밀라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데 이어 영화 '간신'으로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조선 최고의 기생 설중매 역. 과감한 노출 연기는 물론 섬세한 감정 연기까지 노련하게 소화하며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어떤 작품이든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고야 마는 이유영의 대담함과 근성이 놀랍다.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