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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일본 야구] 아노미에 빠진 도쿄돔, 9회 데시벨은 최고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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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9회였다.

19일 숙명의 라이벌 한국과 일본의 프리미어 12 4강전이 열린 도쿄돔.

분위기는 일방적이었다. 9회 한국의 공격이 시작하기 전까지 그랬다.

일본의 괴물투수 오타니 쇼헤이는 7회동안 단 1안타만을 허용했다. 한국은 이렇다 할 찬스를 잡아내지 못했다.

반면 일본은 4회 3득점에 성공했다. 2개의 안타와 2개의 볼넷. 그리고 김재호의 뼈아픈 실책이 겹쳐졌다.

경기 흐름 상 한국 타선은 1점도 뽑기 힘들어 보였다. 수용인원 5만명의 도쿄돔은 '사무라이 재팬'을 응원하는 일본 팬들로 가득찼다. 그들은 오타니가 삼진을 잡아낼 때마다 여유있는 환호성을 터뜨렸다.

군데군데 있던 한국 팬들도 간헐적으로 특정 선수의 이름을 연호하며 '대항'했지만, 역부족을 절감해야만 했다.

8회까지 분위기는 일방적이었다. 일본 팬들은 자국 선수의 안타와 도루가 나올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그런데 일본 입장에서 불안한 부분은 분명히 있었다. 승리를 굳힐 수 있는 추가점이 나오지 않았다. 4회 이후 일본도 소강상태였다. 7회 연속 볼넷에 이은 무사 1, 2루의 찬스 등 수많은 득점 기회가 있었지만, 한국의 효과적인 계투작전으로 추가점을 내는 데 실패했다. 3점은 그리 큰 점수 차는 아니었다. 특히 장타가 많이 나오는 도쿄돔의 특성상 얼마든지 뒤집어질 수 있었다.

문제는 분위기였다. 워낙 오타니가 좋았다. 한국 타선은 7회까지 2루를 밟기 조차 힘들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일본의 낙승 분위기가 도쿄돔에 짙게 깔려 있었다.

그러나, 9회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한국의 대타작전이 잇따라 성공했다. 오재원과 손아섭이 연속 안타를 터뜨렸다. 갑자기 도쿄돔은 정적에 휩싸였다. 일본 팬 사이에는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정근우가 좌선상 2루타를 쳤다. 그러자 막연한 희망이 구체적인 기대로 바뀌기 시작했다. 도쿄돔은 막연했던 불안감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결국 이용규와 김현수의 연속 볼넷으로 2-3. 이대호의 좌전 2타점 적시타가 터지자, 도쿄돔에서는 탄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간헐적으로 한국 팬의 환호성이 들렸다.

4-3, 한국이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자, 도쿄돔은 다시 응원 열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한국은 추가점을 얻는데 실패했다. 박병호의 날카로운 타구가 유격수 라인 드라이브로 걸렸다. 일본 팬은 다시 환호성을 질렀다. 역전을 시켜달라는 몸부림이었다.

오재원이 제대로 찍어쳤다. 그러나 펜스 앞에서 중견수 아키야마의 호수비에 걸렸다. 도쿄돔의 데시벨은 절정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3-4로 뒤진 일본의 마지막 공격. 도쿄돔에서 처음으로 일제히 선두타자 야마다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정대현이 삼진으로 잡아내자, 탄식이 가득했다. 스스고의 날카로운 타구가 1루수 박병호에게 잡혔다. 한번 떨어뜨린 박병호가 침착하게 1루 커버를 들어오는 정대현에게 연결했다. 1루에서 간발의 차이로 아웃. 그러나 또 다시 도쿄돔은 '우~'하는 야유소리로 가득찼다.

2사 이후 나카타 쇼가 중전안타를 터뜨렸다. 다시 도쿄돔은 환호성으로 가득찼다.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했다. 일본의 패배에 아웃카운트 단 하나만 남은 상황이었다.

한국은 투수를 정대현에서 마무리 이현승으로 교체했다. 나카무라가 유격수 앞 땅볼로 아웃됐다. 패배가 확정되는 순간, 극적인 희비가 교차했다. 일본 팬들은 굳은 표정으로 도쿄돔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3루측 관중석에서는 분노한 일부 야구팬이 응원도구를 그라운드 안으로 집어던지기도 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간 9회 도쿄돔. 결국 승자는 한국이었다. 도쿄돔=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