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오타니 쇼헤이에겐 패했지만, 일본에게는 이겼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 12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4대3의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7회까지 오타니에게 단 1개의 안타만 쳐내는 등 철저히 눌린 뒤 경기 막판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일본의 심장 도쿄돔에서 벌어진 드라마. 기적이었다.
0-3으로 패색이 짙던 9회 대반전이 일어났다. 대타 카드가 연거푸 성공하면서 찬스를 잡았다. 8번 양의지 타석 때 오재원이, 9번 김재호 타석 때 손아섭이 타석에 섰다. 결과는 오재원의 좌전 안타, 손아섭의 중전 안타. 후속 타자는 정근우였다. 흔들리던 두 번째 투수 노리모토다카히로를 상대로 좌월 2루타를 쳤다. 1구 바깥쪽 슬라이더에 헛스윙을 한 뒤 2구째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무사 2,3루. 경기 흐름은 완전히 우리 쪽으로 넘어왔다. 이용규마저 1B2S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4구째 몸쪽 공에 맞아 걸어나갔다. 무사 만루. 이제는 중심 타자들이 줄줄이 타석에 설 차례였다.
앞선 타석에서 삼진만 3개 당한 김현수가 마침내 타점을 올렸다. 바뀐 투수 마쓰이 유키를 상대로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냈다. 다음 타자는 재팬시리즈 MVP 빛나는 이대호. 이대호가 일을 냈다. 계속된 무사 만루에서 오른손 불펜 마쓰이 히로토시의 떨어지는 변화구를 잡아 당겨 2타점짜리 좌전 적시타를 날렸다. 4-3 역전.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5번 박병호는 무사 1,2루에서 잘 맞은 타구가 아쉽게 유격수 정면으로 날아갔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 이후 민병헌의 좌전 안타로 계속된 1사 만루에서는 황재균이 내야 플라이, 오재원은 가운데 담장 바로 앞에서 잡히는 큼지막한 플라이로 타점을 올리지 못했다.
그래도 9회말 정대현과 이현승이 등판해 아웃 카운트 3개를 책임졌다. 정대현은 선두타자 3번 오른손 야마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4번 쓰쓰고 요시토모는 1루수 땅볼이었다. 이후 나카타 쇼의 중전 안타로 계속된 2사 1루에서 등판한 이현승. 올해 퍼시픽리그 홈런과 타점왕을 거머쥔 나카무라 다케야(37홈런 124타점)를 3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한국은 지난 8일 삿포르 돔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일본에게 0대5라는 굴욕적인 스코어로 완패를 당했다. 당시에도 선발 오타니에게 6이닝 동안 2안타로 점수를 올리지 못했고, 삼진만 10개 당했다. 이어 7회부터 나온 노리모토, 마츠이에게도 단 1점을 뽑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오타니에게는 2경기 연속 KO 당했지만, 일본에게는 승리했다. 대회 전만 해도 부상 선수 속출과 원정 도박 의혹으로 100% 전력을 구축하지 못한 김인식호. 결과는 기적과 같은 역전승. 결승 진출이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