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라이벌' 일본의 선발 투수지만 오타니 쇼헤이(21·니혼햄)의 피칭은 또 다시 감탄사를 연발케했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다시 오타니의 호투에 무기력하게 당했다.
대표팀은 19일 도쿄돔에서 벌어진 일본과의 국가대항전 '2015 프리미어 12' 대회 준결승전에서 오타니에 꽁꽁 묶였다. 7이닝 동안 1안타 1사구 11삼진으로 단 한 점도 뽑지 못했다.
한국 타자들은 이번 대회에서 두번째 만난 오타니에게 "개막전 처럼 똑같이 당할 수 없다"며 각오를 다졌다. 빠른 볼 카운트에서 직구를 적극적으로 노리는 공략법까지 갖고 타석에 들어갔다.
하지만 오타니 공략은 생각 처럼 쉽지 않았다. 힘을 앞세운 오타니의 피칭을 무너트리지 못했다. 오타니가 이날 찍은 직구 최고 구속은 160㎞였다. 변화구는 포크볼, 슬라이더, 커브를 다양하게 섞어 던졌다. 직구와 변화구의 구속차가 20㎞이상 났다.
한국 타자들은 오타니가 직구를 던지는 걸 알면서도 타이밍을 정확하게 가져가지 못했다. 삼성 타자들이 몇 년째 니퍼트(두산)의 직구에 알면서도 당했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대표팀은 지난 8일 일본과의 이번 대회 개막전에서도 오타니에게 철저하게 당했다. 6이닝 동안 2안타 10삼진 무득점. 오타니의 호투에 침묵한 한국은 0대5 완패를 당했다. 오타니의 포크볼 구속이 147㎞를 찍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오타니의 포크볼이 너무 좋았다. 우리 타자들이 KBO리그에서 전혀 보지 못했던 공이었다"고 말했다. 이대호도 "일본리그에서 맞붙었던 오타니 보다 더 좋은 공을 던졌다. 정말 죽기살기로 던졌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오타니와 재대결이 성사되면서 '학습' 효과를 기대했다. 타자들이 개막전 처럼 무기력하게 당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공이 눈에 들어올 것으로 봤다.
하지만 타자들은 오타니에게 똑같이 당했다. 리드오프 정근우가 7회 첫 타자로 나가 첫 안타를 칠 때까지 무안타 행진이었다.
이 정도가 되면 오타니는 '괴물'급 선수가 맞다.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 가더라도 선발 15승 이상이 가능하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오타니는 그동안 태극전사들이 만났던 일본의 역대 에이스들보다 급수가 한 단계 높았다. 지난 10년 동안 '사무라이 재팬'을 이끌었던 마쓰자카 다이스케, 와다 츠요시(이상 소프트뱅크), 다르빗슈 유(텍사스) 등을 상대했을 때도 오타니 처럼 이렇게 무기력하게 무너지지는 않았다. 이건 공포의 정도가 다르다.
앞으로 가 더 문제다. 이제 오타니의 나이 21세다. 앞으로 오타니는 길게 10년 이상 일장기를 달고 한국과 싸울 것이다. 당장 2017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부터 또 오타니를 만날 수 있다. 한국 야구는 큰 숙제를 받아들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