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누구든 달라질 것은 없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의 자신감이었다. 슈틸리케호는 17일 미얀마전을 끝으로 숨가빴던 2015년을 마무리했다. 슈틸리케호의 성적표는 이견없는 A+다. 2015년 호주아시안컵 준우승을 시작으로 2015년 동아시안컵 우승,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파죽의 무실점 6연승까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2016년은 또 다른 그림이다. 2016년 8월부터 시작되는 최종예선은 차원이 다른 무대다.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슈틸리케 감독은 2015년과 같은 축구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우리는 상대가 미얀마든, 중국이든 똑같은 자세와 철학으로 준비했다. 우리의 철학은 공격적인, 이기려는 축구다. 상대에 집중하기보다는 우리의 축구를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상대가 누구든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슈틸리케호는 2015년 값진 기록들을 쏟아냈다. 승률 80%, 17경기 무실점, 국제축구연맹(FIFA) 가맹국 209개국 가운데 최소 실점(0.20골) 을 기록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무실점 기록에 가장 큰 애착을 보였다. "무엇보다 17번이나 무실점한 것이 의미 있다. 호주아시안컵 조별리그 호주전을 제외하고 우리가 치른 모든 경기에서 상대보다 점유율이 앞섰다. 심지어 유일하게 점유율이 밀렸던 호주전에서도 승리를 챙겼다. 상대보다 점유율에서 우위를 가져가고 공격적으로 하면서 이긴 것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한단계 도약을 위한 움직임은 2016년에도 계속된다. 6월 A매치 기간 동안 강팀과 붙고 싶다는 뜻을 다시 한번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아권에서는 실력을 입증했다. 잘 싸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강한 상대와 붙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FIFA랭킹 25위 안에 드는 팀과 붙고 싶다. 그 중에서 가장 붙어볼 만한 상대는 네덜란드, 덴마크, 스코틀랜드와 같이 유로2016에서 떨어진 팀들이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잘 접촉을 해서 6월에 좋은 상대 2팀을 섭외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태극전사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올해 슈틸리케 감독이 발굴한 보석 중 하나인 이재성(전북)은 "올해 우리보다 약한 팀과 경기했다는 것을 선수들 모두 알고 있다. 더 강한 팀이랑 붙어서 단점을 파악하고 이에 대비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5년 다양한 선수들을 실험한 끝에 A대표팀의 골격이 완성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해외파와 국내파 간 '밀당(밀고 당기기)'을 통해 팀을 도약시켰다. 이재성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치르고 감독님이 새로 오시면서 동기부여가 잘 되고 있다. K리그 선수들 사이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감독님이 경기장에 나갈 수 있게끔 경쟁 유발을 잘 하신다. 경기장에 나가면 잘하도록 신뢰를 보내주신다"고 설명했다.
팀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새 얼굴 찾기'도 계속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12월 초까지 이어지는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를 지켜본 뒤 내달 중순 예정된 대한축구협회 시상식에 참석하고 나서 크리스마스 일정에 맞춰 휴가길에 오른다. 하지만 장기 휴가는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내년 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올림픽 대표팀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예선까지 관전하며 선수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새 얼굴을 계속해서 찾을 것이다. 1월 올림픽팀을 보기 위해 카타르도 방문할 계획"이라며 "더 많은 경험을 위해 신태용 감독의 올림픽팀이 3위 안에 들어서 올림픽 본선에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인천공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