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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투저가 한국야구 경쟁력을 약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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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 대표팀 멤버중에는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는 타자들이 많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한 소프트뱅크 호크스 이대호를 비롯해 이미 포스팅 절차에 들어간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와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 그리고 조만간 자신의 거취를 밝히겠다고 한 두산 베어스 김현수 등 무려 4명의 야수가 '해외 진출'이라는 단어를 마음에 품고 대회를 치르고 있다.

이대호는 롯데에서 타격 7관왕에 오르는 등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로 올라선 뒤 자연스럽게 해외 시장을 노크, 지난 2012년 오릭스 버팔로스에 입단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일본에서 이대호는 4시즌 동안 타율 2할9푼3리, 98홈런, 348타점을 때렸다. 이제는 무대를 메이저리그로 옮기고 싶어한다.

박병호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홈런-타점왕에 오르며 한국 프로야구 간판타자로 성장했다. 2014~2015년, 두 시즌 연속 50홈런은 그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박병호 역시 한국 무대는 좁다고 생각한다. 미네소타 트윈스가 베팅한 1285만달러의 포스팅 금액이 박병호의 가치를 말해준다고 봐도 무방하다.

손아섭은 2010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타율 3할대를 질주하며 정교한 타격을 자랑했다. 해외 무대 도전이 가능해지자 숨겨뒀던 야망을 드러내며 포스팅 절차를 밟는데 성공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손아섭의 KBO리그 활약상을 적시하며 메이저리그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역 신문 '볼티모어 선(The Baltimore Sun)'은 최근 '손아섭이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외야수로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현수에 대해서는 미국이나 일본 언론이 아직 주목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에이전트와 스카우트들에 따르면 상당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타격 실력만 놓고 본다면 현역 타자들 중 최고가 김현수다. 통산 3할1푼8리의 타율이 그를 설명해 준다. 올시즌에는 28홈런, 121타점을 때리며 장타 능력도 한껏 과시했다.

자랑스러운 한국 프로야구 출신 타자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해외 진출 러시가 투수쪽에서는 점점 약해지고 있다. 지난 겨울 SK 와이번스 김광현과 KIA 타이거즈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포스팅에 나섰다가 기대 이하의 제안을 받고 발길을 돌렸다. 그만큼 투수들의 실력이 떨어졌다는 뜻인데, 이를 해외 스카우트들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올해 KBO리그에서 해외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은 투수는 없었다. 일상적인 업무 차원에서 투수들을 체크한 것일 뿐 영입을 목적으로 밀착 마크한 스카우트는 눈에 띄지 않았다.

이른바 한국 프로야구의 '타고투저' 현상이 해외 스카우트들의 눈에도 일반화된 지 오래이며, 이번 프리미어12에서 어김없이 확인되고 있다. 1990년대말 정민태 구대성 이상훈 정민철 등 KBO리그의 내로라하는 투수들이 앞다퉈 일본 무대로 나간 적이 있다. 2010년 이후에도 투수들의 해외진출 러시가 있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맹활약한 류현진 정대현 윤석민 김광현 등이 해외 스카우트들의 눈도장을 받으며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물론 이 가운데 '성공'이란 표현을 붙일 수 있는 투수는 한 두명 정도다.

KBO리그 투수들의 실력이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현실.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춘 리그 운영과 스카우트 파트의 강화, 아마추어 투수 육성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KBO리그서 '타고투저' 현상이 지속되는 한, 투타밸런스를 찾지 못하는 한 WBC와 올림픽,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수 밖에 없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