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의 주인공은 시카고 컵스의 에이스 제이크 아리에타였다.
제이크 아리에타가 생애 첫 사이영상의 영예를 안았다. 아리에타는 19일(한국시각) 발표된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의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결과 LA 다저스의 잭 그레인키와 클레이튼 커쇼를 제치고 수상자로 결정됐다. 컵스에서 사이영상 투수를 배출한 것은 1992년 그렉 매덕스 이후 23년만이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접전이었다. 30명의 기자단 투표에서 아리에타는 1위표 17개 등 총 169점을 얻었고, 그레인키가 1위표 10개를 비롯해 147점을 획득했다. 3위 커쇼는 1위표 3개를 비록해 101점을 기록했다.
올해 내셔널리그 최고 투수 예측이 힘들었던 것은 세 투수 모두 사이영상급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아리에타는 33경기에서 22승6패, 평균자책점 1.77을 마크하며 다승 1위에 올랐다. 특히 아리에타는 후반기에만 11연승을 포함해 12승1패, 평균자책점 0.75의 특급 피칭을 이어가며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킨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레인키는 32경기에서 19승3패, 평균자책점 1.66을 기록했다. 특히 올시즌 단 한 순간도 1점대 평균자책점을 벗어난 적이 없을 정도로 꾸준한 활약을 이어갔다. 1.66의 평균자책점은 1995년 그렉 매덕스가 올린 1.63 이후 가장 좋은 기록이다. 그레인키는 뿐만 아니라 이닝당출루허용(0.84)과 대체선수대비승수(WAR, 9.3)에서도 내셔널리그 1위에 올랐다.
커쇼는 승수와 평균자책점에서는 두 투수에 뒤졌지만, 12년만에 시즌 300탈삼진 고지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301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2003년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 이후 12년만에 '300K'의 금자탑을 쌓은 커쇼는 16승7패,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했다.
아리에타가 3파전의 승리자가 된 데에는 성적이 뛰어났던 점도 있지만, 그레인키와 커쇼가 이미 사이영상을 받은 적이 있고 두 투수가 같은 팀 소속이라는 점도 다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리에타는 2010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2013년 컵스로 옮기면서 주축 선발투수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25경기에서 10승5패, 평균자책점 2.53으로 가능성을 보였고, 올시즌 일약 최고 투수 반열에 올랐다.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예상대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댈러스 카이클이 생애 첫 사이영상의 영예를 안았다. 카이클은 1위표 22개 등 186점을 얻어 2위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데이빗 프라이스와 3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소니 그레이를 여유있게 제쳤다.
카이클은 올시즌 33경기에서 20승8패, 평균자책점 2.48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다승 1위, 평균자책점 2위, 투구이닝(232이닝) 1위, 이닝당 출루허용(1.02) 1위, WAR(7.2) 1위 등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기자단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휴스턴에서 사이영상 투수가 나온 것은 지난 2004년 로저 클레멘스 이후 11년만이며, 휴스턴이 아메리칸리그로 옮긴 2013년 이후로는 처음이다.
2위에 오른 프라이스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카이클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받게 된 것을 축하한다. 나 역시 그를 뽑았을 것이고 기자들의 선택은 옳았다'며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