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프리미어 12' 대회 그 다음 야구 국가대항전은 2017년 3월 있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다. 그리 멀지 않다. 내년 2016시즌을 마치면 또 한번 태극마크를 단 대표팀이 국가의 명예를 걸고 나가 싸우게 된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이번 프리미어 12 대회에 어렵게 팀을 꾸려 나갔고 18일 현재 4강까지 올랐다. 준비 기간이 짧았고 최강의 멤버를 꾸리지 못할 걸 감안하면 박수를 받을 만하다. 김인식 감독을 중심으로 한 코칭스태프와 정근우(주장) 이대호가 주축이 된 선수들이 하나로 뭉친 결과였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야구대표팀은 다시 활동을 중단하게 될 것이다. 국가대항전(A매치)이 축구 처럼 많지 않은 야구는 대표팀이 상존한다고 볼 수 없다. 그동안 굵직한 대회가 있을 때마다 사령탑 선임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그 중심에 찬반이 팽팽한 전임 감독제 얘기가 도사리고 있다.
영원한 라이벌 일본은 2013년에 40대 젊은 지도자 고쿠보 히로키(44)를 대표팀 전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일본 야구는 안방에서 열리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야구 금메달이란 큰 목표를 세웠다. 일본은 개최국으로서 야구의 올림픽 정식 종목 재진입을 위한 물밑 작업을 수년째 해오고 있다. 성사 직전에 와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은 대표팀을 '사무라이 재팬'이라고 불러 브랜드화했다. 입김이 센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큰 목소리를 낸다. 별도법인 NPB엔터프라이즈가 대표팀 운영을 총괄한다. 일본이 이렇게 대표팀 운영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건 확실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야구는 상황이 좀 다르다. 대한야구협회(KBA)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대표팀 운영을 두고 긴밀한 협조 체제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두 단체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정답은 없다. 그런데 둘 중 하나가 주도권을 잡아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한국 야구는 일본 처럼 언제 다시 세계 1등이 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 한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 후부터 현재까지 야구는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빠졌다. 사실상 한국이 올림픽 야구 디펜딩 챔피언이라고 볼 수 있다.
전임 감독제를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다수의 현장 프로 지도자들은 일본 처럼 전임 감독제가 있었으면 한다. 프로팀을 지휘하고 있는 현직 감독들이 대회가 있을 때만 잠깐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낀다. 소속팀 관리가 잘 안된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또 성적이 안 좋았을 때의 비난도 걸림돌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그동안 대표팀 사령탑을 서로 꺼리는 일까지 있었다.
전임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KBO가 돈이 없어 전임 감독제를 바로 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감독 연봉은 많아야 2~3억원이다. 효율성을 따져야 한다는 논리다. 앞으로 1년 동안 대표팀 경기가 없는 상황에서 감독 한 명을 선임한다고 해서 제대로 일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감독 밑에 여러명의 코치를 뽑기도 마땅치 않다.
한국 야구는 이번 프리미어 12를 통해 세계 경쟁력이 있다는 걸 재확인했다. 물론 메이저리거(40인 로스터 제외)들이 대회 출전 제한으로 전부 빠진 건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야구는 여기서 만족할 경우 2017년 WBC에서 다시 세계의 높은 벽을 절감할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