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메이저리거와 예비 메이저리거의 '대리전'이 아쉽게 무산됐다.
15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는 제70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조선일보사·스포츠조선·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 준결승 2경기가 열렸다. 오전 11시부터 성남고와 포항제철고가 맞붙었고, 이 경기가 끝난 뒤 오후에는 대구상원고와 부산고가 남은 결승행 티켓 1장을 놓고 겨뤘다.
결과는 성남고와 대구상원고의 승리. 성남고는 1학년 마무리 하준영의 2이닝 무실점 호투를 앞세워 포항제철고의 추격을 막아내며 5대3으로 이겼다. 2004년 이후 11년 만의 청룡기 결승 진출이다. 팽팽한 접전과 긴장감으로 가득한 경기였다. 경기 막판까지도 승패의 향방을 짐작키 어려웠다.
반면 상원고와 부산고의 경기는 싱거웠다. 8강전에서 서울고를 12대4, 콜드게임으로 꺾은 상원고의 불방망이 타선은 준결승에서도 식지 않았다. 결국 부산고를 10대0으로 눌렀다. 4강전 이후로는 콜드게임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9회초 부산고의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까지 이뤄졌지만, 승부는 일찌감치 갈린 경기였다. 상원고는 2011년 청룡기 우승 이후 4년 만에 다시 패권에 도전한다.
이렇게 청룡기 결승 파트너가 상원고와 성남고로 결정되면서 한 가지 아쉬움이 남게 됐다. 바로 현역 메이저리거인 추신수와 포스팅에서 역대 아시아타자 2위인 1285만달러의 응찰액을 받고 미네소타 트윈스와 입단 협상 중인 '예비 메이저리거' 박병호의 모교끼리 맞붙는 흥미로운 카드가 무산됐기 때문. 추신수는 부산고 출신이고, 박병호는 2004년 성남고 4번타자로 우승을 이끈 바 있다. 때문에 결승에 오른 뒤 성남고 박성균 감독은 "박병호가 있던 11년 전에 이어 다시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며 모교 출신 최고 스타의 이름을 언급했다.
마침 이날 오전 추신수가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터라 부산고 역시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대선배의 후광 효과를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힘과 힘의 대결에서 역부족으로 밀리면서 '추신수를 배출한' 부산고의 자존심이 끝내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만약 부산고가 상원고를 이겼더라면 '추신수의 모교'와 '박병호의 모교'간에 흥미로운 대결 구도가 형성될 뻔했다. 그러나 청룡기의 신은 이 흥미로운 카드를 받아들이진 않았다.
고척돔=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