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무근이가 국가대표라…."
kt 위즈의 마무리 훈련이 한창인 10일 익산 국가대표야구훈련장. 조범현 감독은 점심 식사 전 감독실에서 TV로 야구 중계 화면을 보고 있었다. 경기는 이틀 전 열렸던 프리미어12 한국과 일본의 개막전. 조 감독은 8일 이 경기를 지켜보다 급한 용무로 인해 경기 후반을 지켜보지 못했다. 그런데 조 감독이 자리를 비운 사이 kt 소속으로 유일하게 대표팀에 합류한 투수 조무근이 등판해 공을 던졌다. 조무근은 생애 첫 성인 국가대표 경기, 그것도 중요한 한-일전에 나서 1⅔이닝 3피안타 2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떨지 않고 씩씩하게 공을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조무근의 주무기인 높은 각도에서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일본 교타자들도 애를 먹었다.
조 감독은 이틀이 지나서야 재방송이 되는 경기를 볼 수 있었다. 당연히 제자가 어떻게 던지는지 보고 싶었다. 조 감독은 조무근의 투구를 보며 "조무근이가 국가대표라…"라고 말하며 웃었다. 올시즌 전 140㎞도 던지지 못하던 신인투수가 1년 만에 한 팀의 주축 투수로 성장하고, 국가대표 유니폼까지 입었으니 기특할 수밖에.
그러면서 고쳐야할 점을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조 감독은 "공을 던지는 스윙 동작을 수정할 부분이 있다. 그래야 공이 더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포수 양의지가 주무기 슬라이더를 주로 요구하자 "무근이는 직구로 카운트를 잡아야 슬라이더가 산다. 저렇게 슬라이더를 많이 쓰면 맞는데…"라고 했다. 신기하게도 그 말을 하자마자 8회 2사 후 2번 사카모토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1구째 슬라이더 이후 2구째 또 슬라이더가 들어오자 사카모토가 제 타이밍에 받아쳤다.
조 감독은 "그래도 큰 경기에서 잘던진 것 아닌가"라고 묻자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 감독은 "첫 경기라 구속이 140㎞ 초반에 머무른 것 같다. 2~3경기 더 나가면 공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