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 경험'. 시속 160㎞의 강속구와 예리한 포크볼로 무장한 프리미어12 일본 대표팀 개막선발 에이스인 오타니 쇼헤이(21)가 유일하게 갖고 있지 못한 요소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개막전에서 일본과 맞붙는 한국 대표팀 타선이 유일하게 파고들 수 있는 빈틈이기도 하다. 오타니의 부족한 경험이 한국 타선에는 또 다른 돌파구일 수 있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숙적' 일본 대표팀과 결전을 벌인다. 최근 11번의 국제대회 맞대결에서 한국은 6승5패로 근소하게나마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결은 꽤 험난한 일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대표팀이 여러 악재로 인해 '베스트 전력'을 갖추지 못한 데다 페넌트레이스와 포스트시즌을 치르느라 '완전체' 대표팀의 소집이 매우 늦어졌기 때문. 게다가 현재 팀내에서도 몸상태가 좋지 않은 선수들이 꽤 있다. 당장 4번타자를 맡아줘야 할 이대호도 일본시리즈 마지막경기에서 사구를 맞아 오른손에 부상을 입은 상태다.
무엇보다 일본이 미리부터 선발로 내세운 오타니가 막강하다. 이제 겨우 프로 3년차지만, 일본에서 당대 최강의 구위를 지닌 에이스이기 때문. 2013년 니혼햄 파이터즈 입단 당시 타자와 투수를 병행하며 '이도류'의 스타일을 개척한 오타니는 올해는 투수 쪽에 주력했다. 그 결과 올해 15승5패에 평균자책점 2.24를 기록하며 팀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그의 강점은 메이저리그급 강속구다. 개인 최고 기록은 무려 163㎞로 이는 일본 프로야구 최고구속 타이 기록이다. 평균적으로 150㎞ 중반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는 데다 포크볼과 슬라이더 등도 날카롭게 던진다. 1m93에 달하는 신장을 잘 활용해 릴리스 포인트도 상당히 높다. 한국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기 어려운 완벽에 가까운 투수다.
그래서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타자들은 이번 프리미어12, 특히 개막 일본전을 준비하며 '오타니 공략'을 최우선 해결과제로 삼았다. 주자가 나가 있을 때의 슬라이드 스텝 투구 동작에서 제구력이 흔들린다거나 포크볼의 탄착점이 스트라이크존 아래에 대부분 형성되는 등의 미세한 약점을 찾아냈지만, 결정적인 공략 포인트로서는 부족하다.
사실 오타니를 한 두 가지의 공략 포인트로 무너트린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김 감독은 또 한 가지 공략 포인트를 찾아낸 듯 하다. 어쩌면 이게 오타니의 '유일한' 약점일 수도 있다. 바로 국제대회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 김 감독은 7일 오후 삿포로 니혼햄 파이터즈 실내연습장에서 대표팀 공식 훈련을 마친 뒤 "오타니는 강속구와 포크볼이 매우 위력적인데, 국제경기에서는 별다른 활약을 한 적이 없다. 2년전 청소년대표팀을 한 게 전부다. 그런 점들을 공략해보겠다"고 했다. 즉, 오타니가 성인대표팀으로 처음 국제무대에 등장하는 만큼 경험 부족의 측면을 흔들어보겠다는 뜻이다.
'경험 부족'은 그다지 중요한 허점이 아닌 것 같지만, 간혹 엄청나게 큰 약점으로 확대될 수 있는 요소다. 지난 5일 일본 후쿠오카 야후오크돔에서 열린 일본 대표팀과 푸에르토리코의 평가전에서 오타니는 4회에 나와 무실점으로 1이닝을 막은 뒤 다음 이닝에 실점했다. 5회 2사 2루에서 송구 실책을 하더니 안타를 맞아 순식간에 2실점했다. 그다지 중요한 경기가 아니었음에도 긴장한 탓에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실수를 한 것이다.
때문에 프리미어12 대회의 메인이벤트 격인 한일전에서 오타니가 치명적인 실수를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 타선들은 오타니가 스스로 무너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끈질긴 볼카운트 승부, 베이스상에서의 지속적인 스킵 동작이나 도루 시도 등으로 오타니의 평정심과 집중력을 흔드는 게 좋을 수 있다.
삿포로(일본)=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