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결승 때 서울을 응원한 팀이 5개는 된다면서요?"
김도훈 인천 감독은 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 부산전의 필승의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같은 시민구단 대전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이날 경기는 인천이 아닌 대전의 운명이 걸려 있었다. 전날 울산에 1대2로 패한 12위 대전은 인천이 부산을 잡아줘야 챌린지 강등 확정을 면할 수 있었다.
11위 부산이 승리하면 대전은 12위를 확정하게 된다. 김 감독은 인천의 승리를 속으로 응원해주는 대전이 있다는 게 싫지 않다는 눈치였다.
인천-서울의 FA컵 결승 때 서울의 우승을 바란 팀이 많았던 게 내심 서러웠던 모양이다. 포항, 수원, 성남 등 대다수 팀들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권 경쟁 때문에 4위 서울의 승리를 바랐던 게 사실이다.
이제 대전의 응원을 받게 된 김 감독은 대전의 응원에 화답하겠다는 말로 부산전 승리를 다짐했다. FA컵 준우승의 아쉬움을 털어내는 길이기도 했다.
이에 원정팀 부산의 최영준 감독은 "자꾸 길게 끌고 갈 필요없이 오늘 인천을 잡고 승강 플레이오프 경쟁을 결정짓자"고 응수했다. 동기부여로 보면 더 절박한 쪽은 부산이었다.
양 팀 모두 종전 베스트11과 크게 다른 선발 진용을 들고 나왔다. 공통된 화두는 '컨디션'이다. 두 감독은 이구동성으로 "훈련 중에 컨디션과 출전의지가 강한 선수 위주로 명단을 짰다"고 했다.
컨디션 최상인 선수가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당연지사. 그만큼 양 팀 감독은 승리에 목말랐다. 하지만 부산에는 '절박함'이라는 보이지 않는 촉매제가 있었다.
부산은 전반 초반부터 인천을 강하게 압박했다. 수비가 탄탄하기로 소문난 인천이었기에 이렇다 할 찬스로까지 연결되지 않았다 뿐이지 공격력에서는 우세를 보였다.
지난 인천전에서 딱히 맥을 추지 못하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최 감독이 팀의 간판인 주세종 대신 이청웅에게 수비형 미드필더를 처음으로 맡기는 모험이 통했다. 이청웅은 부산의 볼 점유율을 높이며 공-수를 연결하는데 제역할을 했다.
기선을 빼앗겨 고전하던 인천은 후반 59분 케빈을 시작으로 박대한 백승원을 잇달아 교에 투입하며 기존 멤버에 승부를 던졌다. 그러나 클래식에 생존하고 싶다는 부산의 투지를 꺾지는 못했고, 결국 승부는 0대0 무승부로 끝났다.
부산으로서는 사실상 승강 플레이오프를 확정짓는 천금같은 승점 1점이다. 승점 25로 대전과 승점 6점차로 벌린 부산은 골득실차(부산 -24, 대전 -37)에서 크게 유리하다. 인천=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