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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재단에 밀려 권리 잃은 수원, 빅버드 떠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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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경기장 사용에 따른 문제점으로 인해 빅버드 사용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판매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최근 수원 삼성이 구단 공식 SNS에 남긴 안내문이다. 수원과 '빅버드'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경기장의 날개 모양을 빗대 지어진 '빅버드'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의 애칭이다. 1996년 K리그에 입성해 2002년부터 수원월드컵경기장의 주인이 된 수원은 경기장을 '빅버드'라 부르며 큰 애정을 쏟았다. 수원의 홈페이지에는 아예 스타디움 명칭을 '빅버드'라고 명시해놨다. 그런 수원이 빅버드를 떠날 수도 있다고 한숨을 쉬고 있다. 과연 수원월드컵경기장을 둘러싸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최근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은 '빅버드' 전광판 아래에 LED 광고판 설치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원과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공사다. 재단은 이 광고판을 통해 수원이 아닌 자신들이 유치한 스폰서의 광고를 노출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같은 재단의 독자적인 수익 활동이 수원의 마케팅 활동에 제약을 준다는 점이다.

시계를 올 상반기로 돌려보자. 재단은 서포터석 2층과 양 전광판 아래에 광고를 유치했다. 재단이 유치한 광고 중 하나가 치킨업체였는데 수원은 이미 다른 치킨업체와 스폰서 계약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일로 수원은 해당 업체로 부터 엄청난 항의를 받았고, 향후 스폰서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LED 광고판까지 운영될 경우 수원의 광고 유치 활동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수원은 수원월드컵경기장의 주인이 아니다. K리그 클래식 경기가 열리는 당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각종 경기는 주관 단체 측이 100% 독점적 사용권을 갖는다. 수원은 경기 당일의 상업적 권리를 얻기 위해 재단에 입장권 매출의 10%를 내고 경기장 내 A보드와 전광판, 골대 뒤 등 광고 수입에 대해서도 조례에 따라 수수료를 지불한다. 10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내고 있다. 하지만 재단의 독단적인 광고 유치 활동으로 수원은 마케팅 활동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 수원은 매년 임대계약 때마다 독점적 상업권리 조항을 넣자고 요청했지만 재단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번 LED 광고판 설치 공사도 중지 요청을 보냈지만, 재단은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재단은 "경기장과 광고, 마케팅 등 권리는 재단의 소유"라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재단의 잣대는 수원에만 편향돼 있다. 실제로 재단은 대한축구협회와 아시아축구연맹으로부터 경기장 사용료를 받고 열리는 A매치나 아시아챔피언스리그의 경우 기존 광고물을 가림막으로 가린다. 경기장 관리 책임을 맡은 시설관리공단과 협의해 경기장 내 독점적인 상업권리를 인정받고 있는 전북 현대 등 다른 K리그 구단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수원은 수원시에 면담을 요청해 놨다. 최악의 경우에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을 떠나 수원종합운동장으로의 이전도 고민 중이다.

수원시는 2017년 한국에서 열리는 20세 이하 월드컵 본부 도시가 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수원시가 이를 위해 가장 크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빅버드를 찾는 수원팬들의 열기다. '빅버드'가 뿜어내는 열기는 선수들과 팬, 그리고 수원 구단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수원이 떠난 빅버드는 아무 의미가 없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