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동시 소집된 슈틸리케호와 신태용호의 화두는 권창훈(21·수원)이었다.
A대표팀에서의 맹활약이 기대감을 키웠다. 중원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낸 그의 재능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본선행을 노리는 신태용호에겐 '히든카드'가 될 만했다. 하지만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행이라는 숙제도 한국 축구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권창훈의 이탈은 슈틸리케호에도 적잖은 타격이다. 교통정리가 필요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양보를 했다. "9월 레바논 원정을 마친 뒤 권창훈,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과 함께 면담을 했다. 내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선수권이 (올림픽팀에겐) 상당히 중요한 대회다. 3위 안에 들어야 리우올림픽 본선에 오를 수 있다. (아시아선수권 준비를 앞둔) 11월 중국 4개국 대회에 (권창훈을) 보내준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권창훈은 공수 모두 활용 가능한 팔방미인이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이지만 2선 공격 밑 마무리도 가능하다. 소속팀 수원에서 마무리 역할을 수행하며 숨겨진 '킬러본능'을 뽐낸 바 있다. 10월 호주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류승우(22·레버쿠젠)에 치중됐던 신태용호의 허리는 권창훈의 가세로 한층 단단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신 감독은 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가진 올림픽팀 소집명단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권창훈은 이미 검증받은 선수다. A매치를 통해 제 기량을 보여줬다. 나머지 선수들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10월 호주전에서 '해외파'로 돌파구를 찾았던 신태용호의 흐름은 이번에도 이어졌다. 여봉훈(21·질 비센테) 최봉원(21·리베레츠) 구성윤(21·삿포로)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신 감독이 주목한 재능은 여봉훈이었다. 신 감독은 "내년 1월 카타르에서 펼쳐질 아시아선수권은 체력적으로 힘겨운 상황이 올 수도 있는 대회"라며 "여봉훈은 왼쪽 윙어로 90분을 뛸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는 선수다. 영상분석 결과 팀이 체력적으로 힘겨운 상황에서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라고 판단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발탁 배경을 밝혔다.
신태용호는 9일부터 16일까지 중국 우한에서 개최국 중국을 비롯해 콜롬비아, 모로코를 상대하며 최종 담금질을 펼친다. 신 감독은 "호주전 당시와 마찬가지로 전술과 전략을 주입하는데 주력할 생각"이라며 "선수들과 자주 만나 경기를 치러야 전술적 목표와도 가까워질 수 있다. 이번 대회서 경기를 치르며 이런 점을 관철시킬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회가 내년 1월 아시아예선 통과의 마지막 시험무대가 될 것"이라며 분전을 촉구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올림픽대표팀 11월 소집명단(23명)
▶GK=김동준(21·연세대) 이창근(22·부산 아이파크) 구성윤(21·삿포로)
▶DF=우주성(22·경남) 홍정운(21·명지대) 정승현(21·울산 현대) 연제민(22·수원 삼성) 심상민(22·FC서울) 구현준(22·부산 아이파크) 이슬찬(22·전남 드래곤즈) 최봉원(21·리베레츠)
▶MF=이영재(21·울산 현대) 권창훈(21·수원 삼성) 이찬동(22·광주FC) 유인수(21·광운대) 김민태(22·센다이) 지언학(21·알코르콘) 여봉훈(21·질 비센테) 최경록(20·장트파울리) 류승우(22·레버쿠젠)
▶FW=김현(22·제주 유나이티드) 박인혁(20·프랑크푸르트) 황희찬(19·리퍼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