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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슈퍼블루마라톤'나경원"장애아 엄마들,힘을 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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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주인공인 우리 선수들이 무대에 서야죠."

지난달 24일 잠실주경기장에서 펼쳐진 '스페셜올림픽코리아와 롯데가 함께하는 슈퍼블루마라톤' 식전행사, 나경원 스페셜올림픽코리아 회장(국회 외교통상위원장)과 홍보대사인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이 '5가지 약속'을 선서할 차례였다. 나 회장이 무대 밑 스태프들에게 다급하게 눈짓했다. 발달장애 축구대표팀 노영석군이 무대에 오르고 나서야 선서가 시작됐다. 노군의 선창에 마라톤 참가자들이 한목소리로 화답했다. "장애인의 반대말은 '정상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입니다. 지적장애인에게 반말을 하지 말아주세요…." 어눌하지만 씩씩한 선창에 나 회장의 얼굴엔 '엄마미소'가 번졌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외교통상위원장실에서 만난 나 회장이 말했다. "슈퍼블루마라톤의 주인공은 우리 선수들이죠. 우리는 거드는 사람일 뿐이에요. 이 아이들에게 더 많은 역할과 기회를 줘야 합니다."



▶지적발달장애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올해 처음 시도한 슈퍼블루마라톤 행사는 대성황이었다. 가을 아침, 5000명에 달하는 장애인, 비장애인, 동호인, 선수들이 한마음이 돼 한강변을 달렸다. 2013년 평창스페셜올림픽의 기적같은 성공 이후 나 회장의 '흥행불패' 기록이 또 이어졌다.

슈퍼블루마라톤의 성공에 대해 "단순히 마라톤만 하는 게 아니라 장애인과 함께 달림을 통해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올해 처음 했는데 5000명 가까운 분들이 참가해주셔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내년엔 더 많은 장애인 마라토너들이 참가했으면, 더 많은 발달장애인 선수들이 무대에 섰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빼놓지 않았다. 부족했던 부분은 냉철하게 짚었다. "비장애인들과 장애인들이 함께 달릴 때, 기록에 도전하고 싶은 분들과 느리더라도 장애인들과 함께 달리고 싶은 분들의 코스를 어떻게 조화롭게 만드느냐를 더 고민해야 한다. 룰과 코스에 더 세심한 세팅이 필요하다"고 했다. 평창스페셜올림픽 이후 스포츠를 통해 장애의 벽을 허물기 위한 일관된 노력은 현장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볼 때마다 씩씩하고 밝아지는 아이들이 있다. 자꾸 해봐야 잘 한다. 무대 위에 한번 올라와보는 일, 기회와 역할을 준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의 변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사회를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를 묻자, 나 회장은 망설임 없이 "마음의 변화"라고 답했다. 장애인들을 위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장애인을 '두 번 쳐다보지 않는' 인식의 변화를 강조했다. 장애인을 어떻게 대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비장애인들을 향해 나 회장은 이렇게 조언했다.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가 제일 중요하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지능은 5~6세에 머물러 있다 해도 성인이 되면 결혼도 하고 싶고, 사랑도 하고 싶고, 비장애인과 똑같다. 그런데도 5~6세 아이 취급한다. '까까 먹을래' 한다. 그냥 똑같이 대하면 된다." 배려의 원칙도 이야기했다. "너무 배려할 필요도 없다. 결국은 스스로 할 수 있게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옷을 입혀 줄 필요는 없다. 스스로 옷을 입을 때까지 기다려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서로 자주 접해보는 것이 최고다. 나는 어떤 직함을 갖게 되든 장애인을 밖으로 이끌어내고 비장애인들과 함께 나누도록 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평창스페셜올림픽의 성공적인 유산을 평창스페셜뮤직&아트페스티벌, 슈퍼블루마라톤을 통해 면면히 이어가고 있다. 지적발달장애인들의 스포츠 문화 활동 기회를 늘리고 비장애인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다. 나 회장은 "슈퍼블루 마라톤은 비장애인들의 인식 개선이 가장 큰 목적이다. 뮤직 페스티벌은 국제사회에 기여하자는 뜻을 담았다. 향후 행사의 종류를 늘리기보다는 내실을 다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풀뿌리' 스페셜올림픽 정신의 확산이다. "이벤트 한두 번이 아니라 동네마다 지적발달장애인들이 자유롭게 달릴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각 시도지부마다 체육대회를 열고, 함께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하고 싶다."

▶"대한민국 장애아 엄마들, 그러니 용기를 내요"

나 회장은 자타공인 '슈퍼맘'이다. 대학교에서 드럼을 전공하는 딸 유나양은 에너지의 원천이다. 서울대 법대 출신 재원, 판사 출신 미모의 국회의원, '경쟁의 끝판왕'인 정치판에서 꿋꿋이 살아남은 그녀가 '경쟁 없는, 함께하는' 스페셜올림픽 운동의 중심에 선 이유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딸 덕분이다. 나 회장은 "우리 딸이 내게 '가르침'을 줬다"고 했다. "딸을 키우면서 장애의 문제를 깊이 고민하게 됐다. 장애인 문제에 대해서 나는 당사자는 아니지만 늘 당사자의 위치에서 경험하고 느낀다. 비장애인이지만 장애인의 눈높이에서 본다. 국회에서 많이 노력하지만 환경 개선이 아무래도 더디다. 예산을 편성하고, 정책을 바꾸고, 협업하는 모든 과정이 어렵지만 그래도 진정성만큼은 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엄마의 눈높이에서 이어간 '스페셜'한 노력들은 하나 둘 결실을 맺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장애아의 부모는 '죄인' 아니면 '투사'가 된다는 말에 나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딸이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첫 날부터 투사가 돼야 했다. "나 역시 그런 마음이 교차되며 살아왔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면 다른 애들, 학부모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그랬다. '엄마들이 당당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보조교사, 특수교사를 더 많이 둘 수 있는 법을 만드는 데 기를 썼던 이유"라고 털어놨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엄마들의 마음가짐이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누구나 '업 앤 다운(up and down)'이 있다. 힘든 날엔 나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다. 같이 하는 사람들, 함께 가는 동반자가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길 바란다." 잠시 말을 멈춘 나 회장이 나직하게 그러나 또렷하게 외쳤다. "그러니 다들 힘을 내요. 용기를 내요." 힘센 엄마, '슈퍼맘'의 슈퍼블루마라톤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