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이 4~5일 두 차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쿠바 대표팀과 평가전을 갖는다.
한국은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세계랭킹 8위이고, 쿠바는 3위다. 두 팀은 8일 개막하는 국가대항전 '2015 프리미어 12' 대회를 앞두고 실전 점검 차원에서 맞대결한다. 프리미어 12에서 한국은 B조, 쿠바는 A조에 속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어떤 야구를 할 지 궁금하다. 최정예 멤버는 아니지만 쿠바전을 통해 순서를 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두 차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을 준우승(2009년)과 4강(2006년)으로 이끌었다. 김 감독은 "몇 선수가 빠져 확실한 카드가 없다. 그렇지만 우리가 순서를 정해두지 않으면 매우 혼란스런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러다보면 나도 실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①선발 투수 4명 또는 5명과 그 순서
단기전에서 가장 중요하며 우선적으로 정해야 할 게 선발 로테이션이다. 한국은 프리미어 12 조별리그에서 총 5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B조 6개팀 중 상위 4팀이 8강에 진출한다. 김인식 감독은 "우리는 일단 조별리그를 통과해야 그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고 했다. 조별리그에서 최소 3승 이상을 노리고 있다.
김 감독은 선발 투수로 좌완 김광현 장원준, 우완 이대은 그리고 사이드암 우규민 이태양을 꼽았다. 그리고 선발 투수로 최소 4명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대표팀은 8일 일본전을 시작으로 도미니카공화국(11일) 베네수엘라(12일) 멕시코(14일) 미국(15일) 순으로 상대한다. 이변이 없는 한 8일 일본전 선발은 김광현이 유력하다. 그 다음 순서를 정해야 한다. 또 4인으로 갈지 아니면 5인으로 갈지도 결정해야 한다. 여기에 변수가 있다. 8강에 가기 위한 필요 승수에 따라 1선발(김광현 유력)의 재 등판 경기가 유동적일 수 있다. 5인 로테이션이라면 김광현은 한일전 이후 8강전에 다시 등판하면 된다.
②마무리 확정 및 필승조 구성
김인식 감독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불펜 구성이다. 안지만(셋업맨)과 임창용(마무리)이 최종 엔트리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카드는 제법 많은데 확실치가 않다. 그래도 순서를 정해야 한다"고 했다. 심적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도 정확한 제구로 자기가 원하는 곳에 공을 뿌릴 수 있는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임창용을 대신할 마무리 후보는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한 이현승과 최고참 정대현이다. 김 감독은 이현승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구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또 정대현에 대해선 풍부한 경험과 최근 몸상태를 높게 평가했다. 쿠바전에서 대표팀 투수 전원이 등판한다. 그 시험대에서 판가름이 난다.
그 외 불펜 자원은 차우찬 심창민 임창민 정우람 조상우 조무근이 있다. 이 중에서 필승조를 추린다. 그 기준도 쿠바전에서의 투구 내용이다.
③클린업 트리오
이번 대표팀은 투수 보다 야수 쪽에 무게감이 실린다. 올해 KBO리그를 빛낸 최강의 야수들이 모였다. 게다가 재팬시리즈 MVP 이대호(소프트뱅크)까지 가세했다.
김인식 감독에게 타순 짜기는 투수 쪽 보다 순서 정하기가 수월하다. 그래도 가장 폭발력이 강한 타순을 완성하는게 숙제다. 클린업 트리오를 확정해야 한다.
타순 4번에는 일찌감치 이대호를 점찍었다. 일본 무대에서 통했다는 점과 대표팀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고려할 때 이대호를 능가할 타자는 없다. 타순 3번에는 김현수와 나성범이 들어갈 수 있는데 김현수가 앞선다. 5번엔 박병호 이상의 선수가 없다.
④리드오프와 테이블 세터
단기전에선 선제점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클린업 트리오 이상으로 1~2번 타순의 역할이 크다. '밥상'을 잘 차려야 뒤에서 해결할 수 있다.
김인식 감독은 1번 타자감으로 이용규 정근우 그리고 민병헌을 꼽았다. 셋다 올해 성적만으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정근우 이용규가 경험 면에서 민병헌을 앞선다. 한국시리즈까지 뛴 민병헌은 정근우 이용규 보다 더 좋은 실점 감각을 유지한 채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 3명 중 1명이 1번을 맡고, 나머지 2명은 손아섭 허경민 등과 타순 2번 경합을 벌일 수 있다.
⑤경험이냐 현재 컨디션이냐
김인식 감독은 최종 결정권자다. 선택의 기로에 놓일 경우 한 명을 찍어야 한다. 책임은 감독의 몫이다. 그는 선수의 경험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김 감독은 "경험이 적은 선수는 큰 무대에서 자기 능력을 제대로 못 보여주고 무너질 때가 많다. 경험이 있는 선수는 능력이 좀 떨어지더라도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낼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경험만 중시하지 않는다.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에게 먼저 기회를 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 감독은 자신이 판단하기 애매할 때는 반드시 코치들의 도움을 받아 최종 결정을 내린다. 그게 실수를 줄이는 최선책이기 때문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