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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시상식장을 떠나지 않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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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31일 잠실구장.

5년 연속 통합 우승에 실패한 삼성 선수들은 두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환호하는 모습을 덕아웃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시상식이 열리자 버스가 아닌 그라운드로 나갔다. 류중일 감독부터 막내 구자욱까지 모든 선수단이 일렬로 서서 두산의 우승 시상식을 지켜봤다. 김태형 감독이 감독상을 받고, 정수빈이 MVP를 받을 때 모두가 축하의 박수를 쳤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때도 박수로 축하해줬다. 모든 시상식이 끝나자 류 감독은 직접 두산 김 감독을 찾아가 악수로써 축하의 인사를 했다.

쓰디쓴 준우승을 한 팀으로선 비참하기 짝이없는 순간이지만 삼성은 아낌없이 우승한 두산에게 축하를 해줬다.

이는 KBO가 요청한 것도 아니고 류 감독이 스스로 결정한 일이라고. 그가 준우승을 해도 우승팀을 축하해주겠다고 생각한 것은 지난 2011년 아시아시리즈때의 경험 때문이었다.

당시 삼성은 류 감독이 부임하자 마자 한국시리즈를 우승했고, 이어 벌어진 아시아시리즈에서도 일본 챔피언 소프트뱅크를 꺾고 우승했다. 아시아시리즈 우승 시상식 때 2위를 한 소프트뱅크 선수단은 감독부터 선수들까지 모두 그라운드를 떠나지 않고 삼성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류 감독은 그 모습에 감동을 받았고 언젠가 그런 자리가 생기면 자신도 그렇게 축하해주리라고 생각했다.

어이없게도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하고 한국시리즈 5연패에 도전했을 때 이런 일이 생겼다. 주축 투수 3명이 도박 의혹에 한국시리즈에 나오지 못하게 됐고, 타선마저 부진해 결국 1승후 4연패로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쓰디쓴 준우승. 그러나 류 감독은 스스로의 약속을 지켰다. 진심을 다해 우승한 두산을 축하해줬다.

류 감독은 경기후 가진 인터뷰에서 "프로에서는 우승이 아니고는 의미가 없다. 2위는 정말 비참하다. 난 선수 때부터 그 비참함을 수없이 겪어왔다"면서도 "우승한 김태형 감독 축하해주러 가야겠다"라고 말하고 자리를 일어섰고, 선수들을 이끌고 시상식장에 나섰다. 그런 비참함 속에서도 류 감독은 상대에 대한 예의를 버리지 않았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4년 연속 통합우승을 이룬 류 감독이 왜 명장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