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머신'이라는 두산 베어스 김현수의 별명은 수정돼야 한다.
진정한 그의 가치를 표현하려면 오히려 '수비 머신'이라고 부르는 게 더 타당할 듯 하다. 화려한 타격 능력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김현수는 '대한민국 최고 좌익수'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그 가치를 스스로 입증했다. 김현수를 프리미어12 국가대표팀의 주요 외야 자원으로 선발한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눈'은 대단히 정학했다.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김현수는 자신의 진짜 가치를 제대로 보여줬다. 사실 이날 김현수는 타격 쪽에서는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변함없이 4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2타수 무안타 2볼넷(1 고의사구)을 기록했을 뿐이었다. 워낙 삼성의 극심한 경계가 있었지만, 이같은 성적은 팀의 4번타자다운 모습이라고 할 순 없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김현수를 '부진했다'고 평가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워낙 팀에 강력한 기여를 한 명수비를 두 차례나 보여줬기 때문. 김현수가 아니었다면 해내기 어려웠던, 김현수만이 할 수 있는 명품 수비였다.
우선 나온 장면은 3-1로 앞선 6회초. 뒤지던 삼성은 1사 후 대타 배영섭이 볼넷을 골라나가며 기회를 살렸다. 이어 나바로가 삼진 아웃됐지만, 후속 타자인 4번 최형우가 두산 선발 장원준을 상대로 큼직한 좌전 2루타를 날렸다. 배영섭의 빠른 발을 고려하면 충분히 득점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였다. 경기 중반 1점차로 스코어가 좁혀지면 두산의 압박감은 대단히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실점 위기를 김현수가 막았다. 어차피 클린 히트다. 그러나 넥스트 펜스플레이가 뛰어났다. 최형우의 타구가 펜스를 맞고 나오는 것을 곧바로 잡아 내야로 강하게 송구했다. 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오려던 배영섭은 예상 이상으로 타구가 빨리 내야쪽으로 향하자 질주를 멈춰야 했다. 사실상 김현수가 1점을 막아낸 것이다. 결국 이 수비에 힘을 얻은 장원준은 박석민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김현수의 '슈퍼 수비'는 또 나왔다. 이번에는 8회말. 1-5로 뒤지던 삼성은 선두타자 구자욱의 우전안타로 기회를 만들었다. 후속 배영섭은 포수 뜬공으로 아웃. 하지만 1차전에서 극적인 역전 스리런 홈런을 때려낸 나바로가 있었다. 나바로는 장원준을 상대로 좌전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정타가 아니었는데 오히려 약간 빗맞은 덕분에 좌익수 앞쪽에 떨어지는 듯 했다.
그런데 김현수는 전력 질주에 이은 다이빙 캐치로 이 공을 잡아냈다. 이날 수비의 최고봉이자 김현수의 가치가 수비에서도 여전히 반짝인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다. 두산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좌익수라 할 만 하다. 프리미어12 대표팀의 주전 좌익수로 김현수가 손꼽히는 것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김현수의 진짜 가치는 타격 뿐만이 아니라 수비도 단단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국가대표(국대) 외야수'라고 할 수있다. 그의 수비는 두산의 매우 강력한 무기이자 프리미어12에서 한국의 장점이 될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