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필승조가 흔들린다. 그런지 이미 꽤 됐다.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지경이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대형 참사가 불을 보듯 뻔하다.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이 한국시리즈 키플레이이자 팀의 필승조로 내세운 심창민에 관한 이야기다.
심창민은 올해 프로 4년차다. 2015시즌에는 61경기에서 67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4.28에 6승3패 9홀드를 기록했다. 괜찮은 성적이지만, 대단히 뛰어난 기록이라고 할 순없다. 삼성에서 심창민은 필승조 2~3순위 정도였다. 그래서 사실 한국시리즈같은 큰 무대에 필승조 1번으로 나설 위치가 아니었다.
그러나 삼성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해외 원정도박 스캔들'로 윤성환과 안지만 임창용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제외됐기 때문. 필승조 넘버 원과 마무리 투수가 모두 사라지게 되면서 당장 그 빈자리를 채울 대안이 필요했다. 물론 안지만과 임창용만큼 해줄 선수는 없다. 최대한 비슷하게 구색을 맞추는 게 류중일 감독의 숙제였다.
그 대안을 류 감독은 심창민에게서 발견했다. 이해는 된다. 구위나 실력 면에서, 특히 사이드암 유형이라는 장점까지 지녔기 때문이다. 상대 타자들을 충분히 괴롭게 만들 저력을 지닌 건 맞다. 하지만 문제는 '심장'이다. 심창민의 배짱과 자신감은 한국시리즈에서 별로 나오지 않고 있다. 나오면 계속 얻어맞는다. 1~3차전에 모두 출동했는데, 성적은 1⅓이닝 3안타 3볼넷 3실점(2자책) 평균자책점 13.50이다. 필승조 넘버 원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성적이다.
다시 새로운 대안을 찾는게 필요할 듯 하다. 삼성은 별로 여유가 없다. 단기전 한국시리즈는 이제 4차전까지 왔고 삼성은 1승2패로 뒤지고 있다. 심창민이 알아서 위기를 극복해주길 바랄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삼성 마운드에서 심창민을 대체할 선수는 없을까. 있다. 백정현과 신용운 정인욱 등 활용가능한 자원이 여러명이다. 이들은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꽤 자신감있는 투구를 하고 있다. 굳이 심창민에게 무거운 짐을 모두 맡길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과연 류 감독은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