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이다. 다음 경기를 볼 수 있는 여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포스트 시즌 무대는 그렇다.
야구는 변수가 많다. 겉으로 보기엔 자그마한 나이스 플레이와 미스 플레이가 승패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준비한 스포츠조선의 야심찬 포스트 시즌 기획. [PS포인트]다. 타격(B) 수비(F) 주루(R) 피칭(P)으로 세분화, 요점을 정리했다.
두산 선발 장원준은 1회초 1사 1루서 와일드피치를 범한 뒤 나바로에게 117㎞짜리 커브를 가운데 코스로 던지다 좌전적시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2회에도 박한이에게 가운데 직구를 꽂다 좌전안타를 허용하는 등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 컨디션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0-1로 뒤진 3회초 수비. 1회부터 내리던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더욱 세차게 변했다. 장원준은 선두 구자욱을 몸쪽 142㎞ 직구로 삼진으로 잡고 박해민을 137㎞짜리 슬라이더로 투수 땅볼로 처리했다. 그리고 빗방울이 폭우로 변하자 오후 7시37분 경기 중단이 선언됐다. 비가 그쳐 그라운드 정비가 끝나고 경기가 재개된 시각은 오후 8시9분. 3회 들어 한창 컨디션을 끌어올리던 장원준은 그동안 벤치로 들어가 가벼운 피칭을 하며 페이스 유지에 애를 썼다. 그러나 32분간의 공백은 분명 투수로서 극복해야 하는 과제였다.
포스트시즌 들어 호투를 이어가고 있는 장원준은 사실 이날도 1회부터 공에 힘이 넘쳤다. 32분간의 우천 중단이 장원준의 컨디션을 망치진 않았다. 경기가 재개되자 장원준은 나바로를 132㎞짜리 슬라이더로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3회를 마무리했다.
이어 4회와 5회에는 공격적인 투구와 코너워크, 완급조절로 연속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4회 1사후 박석민을 146㎞ 바깥쪽 직구로 루킹 삼진을 잡아내고, 5회 2사후 김상수를 완급조절 끝에 5구째 131㎞ 체인지업으로 투수 직선아웃으로 처리한 것이 장원준의 진가를 엿볼 수 있던 장면.
장원준의 기세가 더욱 돋보인 것은 6회초였다. 1사후 대타 배영섭을 볼카운트 1B2S에서 공 3개를 연속 슬라이더 유인구를 던지다 볼넷으로 내보냈다. 배영섭의 선구안에 장원준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장원준은 나바로를 상대로 볼카운트 2B1S에서 4구째 137㎞짜리 몸쪽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한 뒤 5구째는 144㎞짜리 높은 직구로 또다시 헛스윙을 유도하며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최형우에게 좌측 2루타를 내줘 2사 2,3루에 몰렸지만, 박석민을 137㎞ 높은 슬라이더로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이날 최대 고비를 넘겼다. 위기에서 유인구를 자신있게 뿌릴 수 있었던 것은 제구에 대한 자신감, 그것은 32분의 우천 중단도 막지 못한 장원준의 힘이었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