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17·바르셀로나 B)는 씬스틸러(scene stealer, 주연 못지 않게 주목을 받은 조연)였다.
조별리그 2경기에 출전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했다. 현지 중계카메라마저도 이승우를 중점적으로 잡았다. 그러나 골은 없었다. 그럼에도 이승우는 찬사를 받았다. 씬스틸러. 주연이 되기 보다는 명품 조연을 택했다.
골은 없었다. 하지만 2경기 내내 그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욕심은 버렸다. 간결한 드리블과 날카로운 패스를 들고 나왔다. 수비 가담도 활발했다. 이전까지 볼 수 없던 모습이었다. 이승우의 '희생'과 '헌신'에 한국은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이승우가 뛴 경기에서는 2승, 안 뛴 경기에서는 1무를 기록하며 조1위로 16강에 올랐다.
하지만 16강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단판 승부다. 경기에 나서는 양 팀 모두 상대에 대한 분석을 마친 상태다. 웬만한 공격 루트는 다 알고 있다. 결국 판타지 스타의 개인기가 필요하다. 더욱이 17세 레벨이면 경기를 씹어먹을 줄 아는 '해결사'가 필수다. 1993년 17세 이하 월드컵 당시 윌슨 오루마(나이지리아), 2003년 세스크 파브레가스(스페인), 2005년 카를로스 벨라(멕시코), 2007년 토니 크루스(독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매 경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해결사로서 팀의 고공행진을 이끌었다.
팀도 이승우를 원하고 있다. 벨기에는 쉽지 않은 상대다. 선수들 모두 유럽에서 뛰고 있다. 이승우가 해결사로 나서야만 한다. 이승우는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다. 라마시아(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자기보다 2~3살이 많은 유럽 선수들과 훈련하고 경기했다. 유럽 선수들의 특징을 잘 알고 있다. 더욱이 9월 열린 수원컨티넨탈컵에서도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멀티골을 쏘아올렸다. 벨기에전에 특화된 해결사다.
이승우는 "준비한 것을 제대로 보여주면서 뛰고 싶다"며 "적어도 16강에서 돌아가진 않겠다"고 말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