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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150만달러가 아깝다고? 니퍼트 연출의 대반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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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34)의 올해 공식 연봉은 150만달러(약 17억원)이다. 몇 년 전에 200만달러 안팎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는데, 지난 몇 년간 KBO리그 외국인 선수 중 최고 수준을 받은 건 분명한 것 같다. 2011년 두산 유니폼을 입은 니퍼트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승을 거뒀다. 최고 외국인 투수로 인정받을만 하다.

니퍼트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주무기는 2m3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시속 150km 강속구. 여기에 각도 큰 변화구가 타자를 흔들어놓는다. 지난 몇 년간 에이스 니퍼트 없는 두산 마운드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는 베어스의 가장 확실한 선발 카드였다.

그런데 올해 페넌트레이스 성적을 보면, 연봉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20경기(구원 4경기)에 등판해 6승5패-평균자책점 5.10. 90이닝 등판에 그쳤다. 지난 5년간 최악의 성적이다.

부상이 이어졌고, 구위가 예전만 못 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전반기에 오른쪽 어깨충돌증후군으로 두 달 가까이 쉬었다. 지난 6월 9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후 7월 31일에 복귀했다. 피말리는 순위싸움 와중에 두산은 에이스 없이 버텼다. 니퍼트가 자리를 지켜줬다면 정규시즌 2위가 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지난 8월 초 만난 김태형 두산 감독은 "연봉을 생각하면 남은 시즌에 승률 90%는 해줘야 한다. 그게 니퍼트의 역할이다"고 했다. 하지만 복귀 후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후반기 10경기(구원 4경기)에서 3승2패-평균자책점 5.75. 지난 4년 동안 쌓은 명성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이다. 유희관과 장원준이 '원-투 펀치' 역할을 해주면서 두산은 어렵게 페넌트레이스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할 수 있었다.

정규시즌 성적은 내년 재계약을 고민하게 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정규시즌의 니퍼트'와 '포스트시즌의 니퍼트'는 다른 사람같다. 준플레이프부터 시작해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까지 최고의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27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한 니퍼트는 7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승리를 이끌었다. 막강 삼성 타선을 완벽하게 잠재웠다. 지난 10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7이닝 2실점을 기록한데 이어, 18일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9이닝 완봉승, 22일 4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 경기를 했다. 이번 포스트시즌 4경기에서 3승-평균자책점 0.60. 포스트시즌 24⅓이닝 연속 무실점 신기록까지 수립했다.

정규시즌에서 부진했지만, 포스트시즌 활약만으로 몸값을 잊게 만들었다.

물론, 남은 한국시리즈에서 한 차례 선발 등판이 가능하다. 사실상 이번 두산 가을야구는 '니퍼트 시리즈'라고 부를만 하다. 시리즈 성패를 니퍼트가 쥐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외국인 선수 덕을 크게 보지 못한 베어스다. 이번 포스트시즌도 외국인 선수 3명 중 사실상 니퍼트 한 명만 활용하고 있다. 앤서니 스와잭은 엔트리에 들 지 못했고, 내야수 데이비슨 로메로는 대타 정도로 쓰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니퍼트가 두산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공한 외국인 선수다. 하지만 임팩트는 차고 넘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