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제작의 노래가 안긴 감동, '복면가왕'식 추모법은 달랐다.
지난 25일 방송된 MBC '일밤-복면가왕'에서는 꼬마 마법사 아브라카다브라가 소녀의 순정 코스모스와 15대 가왕 결정전을 벌였다.
꼬마 마법사 아브라카다브라는 1라운드에서 박효신의 '바보', 2라운드에서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를 열창하며 3라운드까지 올라갔다. 이선희의 '추억을 책장을 넘기면'을 선곡해 애절한 감성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고, 가왕 결정전까지 이르게 됐다. 꼬마 마법사는 최종 가왕전에서 코스모스에 3연승을 내줬지만, 놀라운 실력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충분했다.
가왕 후보에서 탈락한 꼬마 마법사 아브라카다브라는 얼굴을 공개했고, 그 정체는 '겨울왕국' OST '렛잇고' 커버 영상으로 화제가 된 가수 은가은이었다. 그는 지난 2007년 MBC '쇼바이벌'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2013년 디지털 싱글 앨범 '드롭 잇(Drop It)'으로 데뷔했다. 최근에는 '네버 세이 굿바이(Never Say Goodbye)'로 활동했다.
특히 은가은은 고 신해철의 제자임이 드러나 더욱 뭉클한 감동을 전했다. 당시 신해철은 '쇼바이벌' 심사위원으로 그와 인연을 맺었으며, 신해철의 도움으로 가요계 발을 디딘 것으로 알려졌다.
연출자 민철기 PD는 16일 스포츠조선에 "은가은이 고 신해철의 제자로 남다른 인연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며 "'복면가왕' 나름의 신해철 추모 특집이었다. 성장한 제자의 모습이 하늘에 있는 고인에게 뿌듯함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섭외 배경을 밝혔다.
민 PD는 "은가은이 1라운드에서 탈락했을 수도 있다. 그랬으면 이번주에는 출연을 못했겠지만, 일주일 정도 차이는 어쩔 수 없음을 염두에 두고 출연일을 정했다"며 가왕 결정전까지 진출해 기대 이상의 멋진 무대를 완성해 준 은가은에 고마움을 전했다.
아울러 은가은에 대해 "실제로 보니 정말 열심히 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가수"라며 "신해철의 뒤를 잇는 훌륭한 가수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은가은은 무대에 오른 소감을 밝히며 "신해철이 내겐 아버지 같은 분이었다. 8년 전 신해철 때문에 서울에 처음 올라오게 됐고 가수 꿈을 갖게 됐다. 신해철 소속사에서 록을 배웠다. 추모 공연에서 노래를 해드리고 싶었는데 아직 내 능력으로는 그 무대에 오를 수 없었다. 그래서 '복면가왕'에서 노래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좋은 무대에 설수 있어서, 무엇보다 신해철 오빠께 노래를 들려줄 수 있어서 좋았다"며 "오빠 노래로, 오빠가 처음 1등 했던 노래(그대에게)로 저도 8명 중 1등을 했어요. 보고싶습니다"라고 신해철을 향한 그리움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려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날 은가은은 고 신해철과 인연을 감춘 채 가면 속에서 실력으로 자신의 성장을 입증해 보였다. 가왕까지 위협하는 놀라운 가창력을 선보인 뒤, 조용히 고인과의 인연을 공개해 예상 못한 감동을 전했다. '복면가왕'식 추모법이 빛을 발한 무대였다.
ran61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