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패한 뒤 이장석 히어로즈 구단 대표는 "8개 팀을 대표해 싸웠는데 아쉽다"고 했다. 삼성 라이온즈를 뺀 나머지 팀을 대변한 말이고, 많은 야구인들이 공감한 표현이었다. 2000년대 KBO리그 '최고의 팀' 삼성은 최근 몇 년간 넘어야할 산, '공적'이었다. '최고의 팀'에게는 견제가 따를 수밖에 없다.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5연패를 노리고 있는 삼성 아성을 올해는 무너트릴 수 있을까. 두산 베어스가 '타도 삼성'을 외치며 나섰다. 2013년에 이어 2년 만의 우승 도전이다. 2년 전에도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시작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3승1패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도 아깝게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지난 4년간 페넌트레이스에서 우승한 삼성은 자동판매기에 동전을 넣으면 상품이 떨어지는 것처럼,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는 정규시즌 우승팀이 확실히 유리하다고 봐야 한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25일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이런 기록을 깨고 싶다. 1등을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다"고 했다.
4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류중일 삼성 감독(52), 취임 첫 해 두산을 한국시리즈로 이끈 김태형 감독(48). 사령탑 경력에서 차이가 큰 두 지도자다. 해외 원정 도박에 연루된 혐의로 주축 투수 3명이 빠지면서, 삼성 전력이 약화된 것은 분명하다. 두산 입장에서 보면 삼성의 악재가 호재다.
그런데 사령탑의 감독 경력이 시리즈의 변수가 될 수 있을까. 그동안 포스트시즌, 혹은 정규시즌에서 실패한 1년차 감독들에게는 어김없이 '초보 감독의 한계'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지난 4년간 열린 한국시리즈는 류중일 감독 대 나머지 감독들의 맞대결이었다. 상대팀 사령탑 중 노련한 베테랑 지도자는 없었다. 지도 능력을 떠나 감독 경력만 놓고보면 그랬다.
지난해 염경엽 히어로즈 감독은 부임 2년차에 한국시리즈에 올라 삼성을 상대했다. 지략과 패기를 앞세워 시리즈 초반 좋은 흐름을 만들었으나, 고비를 넘지 못했다. 과부하에 걸린 불펜이 버텨내지 못했고, 어이없는 야수 실책에 발목을 잡혔다.
2013년 상대팀 두산의 김진욱 감독은 1년차에 대권 도전에 나섰다가 낙마했다.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친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히어로즈에 2연패 를 당한 뒤 3연승을 달렸다. 플레이오프에서 정규시즌 2위 LG 트윈스를 제압하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상승세를 탄 두산은 대구 원정 1~2차전을 잡았고, 먼저 3승(1패)을 거뒀으나 삼성에 막혔다. 삼성의 뒷심이 강하기도 했지만, 두산의 실기라고 보는 야구인들도 있었다. 김진욱 감독은 준우승을 하고도 경질됐다.
2011년 라이온즈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감독은 그해에 이만수 SK 와이번스 감독대행과 맞붙어 이겼다. 초보 감독간의 시리즈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류중일 감독은 4연패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2012년에도 삼성은 정식 사령탑이 된 이만수 감독의 SK를 누르고 다시 정상에 섰다. 지난 4년은 류중일 감독이 전임 선동열 감독의 그림자를 지우고, 최고의 지도자로서 경력을 쌓아가면서 최강 삼성을 만들어 간 과정이었다.
초보 감독이 베테랑 지도자에 비해 노련미가 떨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초보 감독 리스크 수준까지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모든 감독이 초보 감독을 거쳤고, 사령탑 1~2년차에 큰 성과를 거둔 지도자가 적지 않다. 과거 한국시리즈를 보면 전체적인 흐름을 탄 팀이 웃었다.
히어로즈, NC 다이노스를 제압한 두산이 대권 도전에 나섰다. 첫 해에 김태형 감독은 샴페인을 터트릴 수 있을까. 어느 때보다 유리한 조건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최근 4년간 한국시리즈 결과
연도=우승(감독)=준우승(감독)=승패
2014년=삼성(류중일)=히어로즈(염경엽)=4승2패
2013년=삼성(류중일)=두산=(김진욱)=4승3패
2012년=삼성(류중일)=SK(이만수)=4승2패
2011년=삼성(류중일)=SK(이만수)=4승1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