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어!" 경기 종료 후 대전 프런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경기 전 남아 있던 불안감은 이제 확실한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계속된 부진에 응원을 보이콧하던 대전 서포터스도 다시 한목소리로 응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혹시 잔류가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희망이 만든 변화다.
대전이 쓰고 있는 기적의 드라마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대전은 24일 부산과의 35라운드 홈경기에서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패하면 끝이었다. 대전이 패하면 최하위를 확정지었다. 올 시즌 클래식은 최하위가 내년 시즌 챌린지(2부 리그)로 직행하고, 11위는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친 후 최후의 운명이 결정된다. 대전은 전반 26분 한지호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서명원이 멀티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뒤집었다. 시즌 첫 연승에 성공하며 희망의 불씨를 이어갔다. 대전은 승점 19점을 획득하며 11위 부산(승점 24)과의 승점차를 5점으로 줄였다. 남은 경기는 3경기. 충분히 해볼만한 승점차다.
대진과 스케줄은 비슷하다. 대전은 울산(원정), 인천(홈), 광주(원정) 경기를, 부산은 인천(원정), 전남(홈), 울산(원정) 경기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기세에서 차이가 크다. 부산은 최근 5연패를 포함해 12경기 무승(4무8패)의 수렁에 빠져있다. 최영준 신임 감독이 부임했지만, 아직까지 감독 교체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계속된 무승으로 패배주의에 빠졌다. 반면 대전은 개막 후 최고의 흐름이다. 결과도 결과지만 경기 내용이 돋보인다. 최문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래 강조했던 '점유율 축구'가 뿌리 내린 모습이다. 무패행진을 시작한 울산(0대0 무), 전남(1대0 승), 부산전까지 모두 점유율에서 53대47로 앞섰다. 경험과 기술을 가진 '전역생' 김병석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매김하며 공수에서 안정감이 생겼다. 점유율이 높아지자 덩달아 수비도 좋아졌다. 3경기에서 단 1골만을 내줬다. 그전까지 32경기에서 65골을 내줬던 대전이다. 공격에서는 서명원, 완델손 등의 발끝이 예리해졌다. 계속된 패배에도 철학을 버리지 않은 최 감독의 뚝심에 선수들이 부응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의지'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팀 전체에 퍼지고 있다. 부산전이 좋은 예다. 이전의 대전은 선제골 실점 후 스스로 무너졌다. 대량실점이 많았던 이유다. 하지만 최근의 대전은 골을 허용해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경기를 뒤집기 위해 더 열심히 뛴다. 서명원은 "우리가 시즌 초반, 중반 좋은 모습 보이지 못했다. 열심히 했는데 돌아보니 몇 경기 안남았더라.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고, 선수들끼리 더 열심히 하자고 힘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불가능해 보였던 목표가 조금씩 잡히기 시작했다. 잔류 희망은 더이상 꿈이 아니다. 대전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전=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