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유격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SK 와이번스 박진만이 유니폼을 벗기로 했다. 그리고 곧바로 지도자로 변신, 내년부터 SK 1군 수비코치로 활약한다.
SK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진만은 최근 구단과의 면담을 통해 20년간의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은퇴를 최종 결정했다. 내년부터 바로 1군 수비코치를 맡는다'고 밝혔다.
지난 1996년 인천고를 졸업하고 프로 무대에 들어선 박진만은 올해까지 20년 동안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유격수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현대 유니콘스에서 1998, 2000, 2003, 2004년 등 4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2005년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해서는 2005, 2006년 두 차례 팀의 우승에 기여했다. 2011년부터는 SK로 옮겨 팀의 리더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또한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도 맹활약을 펼치며 '국민 유격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20년 통산 1993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4푼8리, 153홈런, 781타점, 94도루를 올렸고, 역대 유격수 부문 최다인 5번의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는 등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유격수로 자리매김을 했다.
박진만은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딱 20년을 했다. 왜 아쉬움이 없겠는가. 먼저 은퇴한 선배들도 조금씩 아쉬움이 남는다는 얘기를 했다"면서 "구단에서 은퇴를 이야기를 했고, 나도 아내와 상의를 하면서 고민을 했다. 몸상태가 내년에 좋아질 것이라는 보장도 사실 없다"며 결심을 굳히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통산 2000경기 출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진만은 지난 9월 10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1루로 귀루를 하다 베이스를 밟은 과정에서 오른쪽 무릎이 뒤틀려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수술을 받을 경우 재활에 9개월 정도가 소요된다는 진단이 나옴에 따라 내년에 복귀하더라도 전반기까지는 뛸 수 없는 상황이었다. 7경기에 더 출전하면 통산 2000경기의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박진만은 "수술을 받고 지금은 보조대를 차고 걷는 정도"라며 "감사하게도 구단에서 자리를 만들어줘 코치로 돌아오게 됐다. 코치가 되면 경기를 보는 것이 선수였을 때와는 다르다고 하더라. 배운다는 입장에서 선수들과 호흡을 잘 맞춰 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무래도 선수들하고 최근까지 같이 뛰었고, 나이차도 많이 안나기 때문에 코칭스태프와의 소통과 분위기쪽에서 내 역할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팀이 안좋을 때 코치보다는 선배로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며 지도자로서의 각오를 밝혔다. SK가 박진만에게 곧바로 1군 코치 자리를 부여한 배경에는 '소통' 측면도 크게 작용했다.
박 코치는 올해 말까지 재활을 마치고 내년 1월 선수단에 합류해 지도자 생활을 시작할 예정이며, 후쿠하라 1군 코치와 함께 선수들의 수비력 향상에 전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