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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적'웨스트햄과 빌리치 감독, 뜨거웠던 '1997년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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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재회다.

웨스트햄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24일(한국시각) 2016~201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디팬딩 챔피언' 첼시와의 10라운드 홈경기에서 2대1로 승리했다. 리그 3위로 뛰어올랐다. 4경기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시즌 첼시를 비롯해 아스널, 맨시티, 리버풀 등 강팀과의 대결에서 모두 승리했다. 원동력이 무엇일까.

'의리'로 하나된 팀 분위기다. 특히 슬라벤 빌리치 웨스트햄 감독(47)과 구단의 호흡이 좋다. 6월 웨스트햄 지휘봉을 잡은 빌리치 감독은 올 여름 니키차 옐라비치, 칼 젠킨슨, 빅터 모세스, 안젤로 오그본나, 디미트리 파예 등 주전급 선수 영입을 잡음 없이 진행 했다. 구단의 전폭적인 신뢰 아래 빌리치 감독은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적생들이 팀에 빨리 녹아 들었다. 이토록 빌리치 감독과 구단의 결속력이 좋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빌리치 감독과 웨스트햄의 첫 만남, 시곗바늘은 1996년 1월로 돌아간다. 당시 빌리치 감독은 크로아티아리그 최강 HNK 하이두크스플리트와 크로아티아대표팀 주전 수비수였다. 웨스트햄은 수비력 보강을 위해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130만파운드)를 투자해 빌리치 감독을 영입했다.

하지만 웨스트햄은 1996~1997시즌 EPL 강등권으로 추락했다. 2부 리그 추락이 목전이었다. 이때 에버턴의 조 로일리 감독이 450만파운드를 제시하며 빌리치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웨스트햄 입장에서 거부하기 어려운 액수였다. 그러나 강등 위기 속에서 핵심선수를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진퇴양난에 빠졌다.

하지만 빌리치 감독이 에버턴의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빌리치 감독의 선택은 구단과의 '의리'였다. 이적이 물거품 되고 팀도 강등되면, 빌리치 감독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단호했다. 시즌 마지막까지 웨스트햄의 잔류를 위해 싸웠다.

기적이 일어났다. 웨스트햄은 리그 14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강등을 면했다. 강등권과 불과 승점 2점 차이였다. 빌리치 감독은 구단과의 약속과 의리를 모두 지킨 후 에버턴에 입단했다.

18년만에 재회한 빌리치 감독과 웨스트햄. 그들의 가슴엔 아직도 '1997년의 기억'이 생생하다. 빌리치 감독과 웨스트햄의 '의리 극장'은 이제 2막을 열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