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폰(일본)! 니폰!"
25일 오후 4시 한국-일본 간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최종전이 열린 나고야의 아이치현체육관.
7500명 수용 규모의 관중석이 경기시작 30분 전 꽉 찼다. 대회 기간 일본이 경기를 치르는 순간에도 빈 자리가 구석구석 보엿던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40년 만의 본선행이 임박한 가운데 한국전에서 승패가 결정된다는 점은 일본 현지 팬들을 불러 모으기에 충분한 이슈였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핸드볼이 '비인기 종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대한핸드볼협회 관계자는 "일본은 대회 시작전부터 한국전에 모든 포커스를 맞췄다. 서포터스를 꾸리고 응원 셔츠를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막대풍선까지 수입해왔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4강전 승리 뒤 5년 동안 한국에 5연패를 당한 일본 선수들도 긴장하긴 마찬가지였다. 경기 시작 전 훈련부터 강력한 슈팅으로 몸을 풀고 서로 하이파이브를 나누면서 긴장감을 풀기 위해 애썼다. "과감히 한국에 도전해보고 싶다"던 주장 혼다 메구미 역시 웃음기를 지운 표정 속에 경기를 준비했다.
짙은 푸른색 유니폼의 일본 선수단과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한국 선수단이 코트에 모습을 드러내자 열기는 정점에 달했다. 일본 선수들이 소개될 때마다 선수 이름을 연호하며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을 보냈다. 경기 초반 한국이 3연속 득점하면서 잠시 분위기가 가라앉는 듯 했으나, 중반에 접어들며 추격전이 전개되자 "니폰!"을 외치며 우레와 같은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기대는 금새 꺾였다. 6골차였던 후반 초반 한국이 김온아의 3연속골로 앞서가자 응원단의 구호가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후반 15분 25-15, 사실상 승부가 결정되자 하나 둘 씩 자리를 뜨기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큰 목소리로 일본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며 분위기를 띄우던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 마저 힘을 잃기 시작했다. 기자회견장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보던 일본핸드볼협회 관계자들은 자조섞인 탄식을 내뱉으며 아쉬움을 삼켰다. 한 관계자는 한국어로 "아이고~"를 연발하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않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상보다 큰 점수차가 나오자 "내일 일본 언론에서 어떻게 헤드라인을 쓸지 걱정"이라고 근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나고야(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