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이제는 경계가 애매모호하다.
SBS 드라마 '애인있어요'가 막장 불륜 드라마와 애틋한 로맨스 스토리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최진언(지진희) 캐릭터 때문. 앞서 최진언은 강설리(박한별)의 유혹에 넘어가 조강지처 도해강(김현주)을 버렸다. 찌질하면서도 인간성의 바닥이 드러나는 그의 언행은 전국 '줌마팬'들의 주먹을 불끈 쥐게 했다. '국민 불륜남'과 '국민 불륜녀'가 탄생한 순간이기도 하다. 그랬던 그가 이번엔 희대의 '로맨틱 가이'로 돌아왔다. 기억을 잃은 도해강의 등장에 마음이 흔들렸다. 이를 눈치챈 강설리는 도해강을 구박, 협박하는 한편 최진언의 마음잡기에 나섰다. 그러나 도해강을 향한 최진언의 마음을 돌아올 기색이 안보였다. 오히려 강설리가 강하게 방해할수록 마음이 더 커진 듯 도해강에게 "내가 기억하니까 괜찮다"며 돌직구 고백까지 날렸다. 최진언이 조강지처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려는 기색이 보이면서 '애인있어요'는 순식간에 애틋한 로맨스물로 주목받고 있다.
가장 큰 인기 요인은 대사로 꼽힌다. 분명 스토리 자체는 심플한 막장이다.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흔들려 조강지처를 버린 남자가 전보다 더 잘 살고 있는 듯한 전처를 다시 만나자 마음이 흔들려 그의 현재 사랑도 방해하고 가정을 되찾으려 하는 내용이다. 스토리 자체만 놓고 보면 이보다 더 이기적이고 찌질한 남자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작가는 영리하게도 이런 이기심을 인간 본연의 이끌림으로 포장해냈다. 본처 도해강이 아닌 강설리에게 끌렸던 것이 본능에 가까운 회피였다면, 다시 만난 독고용기. 즉 도해강에게 다시 끌리는 최진언의 심리는 '운명'이라는 것을 역설하고 있는 것. 작가는 꾸며낸 듯 시적인 대사가 아니라 '내가 잘못했다', '다시 시작하자 해강아', '내가 기억하니까 괜찮아'라는 등 어찌보면 평범하고 담백한 대사로 한번 시작된 사랑도, 이미 유통기한이 끝나 버린 사랑도 모든 사랑을 지키고 유지하는데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표현하고 있다. 이는 반복되는 일상에 젖어 삶의 설렘을 잃어버린 중장년층 여성층에게 폭발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며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압권이다. 스토리도 스토리이지만 캐릭터 자체도 얼핏 보기에 단조롭다. 강설리는 남의 남자를 욕심낸 천하의 나쁜 여자이고, 최진언 역시 자신의 진심도 제대로 밀어붙이지 못한채 두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는 연약한 남자다. 도해강 역시 기억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변명이 있긴 하지만,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캐릭터라 보기엔 어렵다. 항상 최진언에게 흔들리고 강설리에게 휘둘리고 백석(이규한)에게 위로받는다. 보는 사람 홧병나게 할법한 설정이지만 배우들의 명연기가 이를 살려냈다. 지진희는 성장통을 겪는 최진언 캐릭터를 예술적으로 그려냈다. 김현주 역시 우유부단한 캐릭터를 가슴 아픈 사랑에 괴로워하는 여성상으로 승화시켰다. 박한별과 이규한 역시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시청자들 역시 '김현주 볼수록 마음 아프다', '나도 다시 저런 설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주말을 기다리게 만드는 드라마'라는 등 호응을 보내고 있다.
'애인있어요'가 과연 막장 불륜 드라마로 끝날지, 명품 멜로 드라마로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