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단계 성장한 이정협(부산)의 무게감은 대단했다.
이정협은 2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대전과의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5라운드에 선발출전해 61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교체돼 나올때까지 맹활약을 펼쳤다. 부상 트라우마를 떨쳐내는데 성공했다. 동시에 K리그 챌린지를 넘어 클래식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냈다.
당초 예상 보다 빠른 복귀전이었다. 이정협은 12일 전역해 14일 부산에 복귀했다. 하지만 곧바로 복귀전을 치르지 못했다. 안면복합 골절상의 후유증이 남았기 때문이다. 이정협은 8월 경남과의 K리그 챌린지 경기 도중 부상했다. 이 부상으로 A대표팀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세계군인선수권대회에 출전했지만, 정상 컨디션은 아니었다.
최영준 신임 부산 감독은 이정협을 아낄 계획이었다. 강등 플레이오프가 더 중요한만큼 섣부르게 출전시키기 보다는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맞출 생각이었다. 하지만 계속된 연패가 이어지며 반전의 카드가 필요했다. 이정협의 몸상태와 의지를 확인한 최 감독은 전격적으로 이정협을 선발 명단에 포함시켰다. 최 감독은 "아직 부상 트라우마가 남아있다. 몸상태는 100%가 아니다. 원래는 리저브로 투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팀에 도움되고 싶다고 해서 선발 명단에 넣었다. 훈련한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테스트 결과 충분히 소화 가능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협이가 움직임이 좋기 때문에 공격의 활로를 열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가볍게 뛰게 해주고 싶었는데 팀을 이끌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다소 무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정협을 투입한 이유다. 이정협이 만든 공간을 김진규 등 2선이 해결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최 감독의 기대대로 였다.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음에도 대전의 수비수들을 긴장시키기 충분했다. A대표팀에서 보다 움직임 폭을 좁히는 대신 확실하게 볼을 따냈다. 특히 공중볼 경합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뒷공간을 침투하는 속도는 물론 2선에서 돌아 들어가는 선수에게 적절한 패스연결로 공격의 속도를 높였다. 부산의 첫 골도 이정협에서 시작됐다. 이정협은 전반 26분 뒤에서 넘어오는 롱패스를 발끝으로 방향을 바꿔줬다. 이를 받은 한지호가 골키퍼를 제치고 득점에 성공했다. 후반 4분에는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복귀후 첫 슈팅을 날리는 등 필요할때는 과감하게 슈팅을 날렸다. 특유의 수비가담도 여전했다.
부산은 이정협의 가세와 함께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이었다. 최전방에 힘이 실어지자 2선도, 수비진도 모두 힘을 받았다. 부산은 공교롭게도 이정협이 교체아웃된 이후 무너지기 시작했다. 결국 역전패를 당했다. 쓴 패배였지만 부산 입장에서 이정협 효과를 확인한 것은 분명 큰 성과였다.
대전=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