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철 여자 핸드볼 대표팀 감독은 승부사 기질이 넘친다.
코트 위에서 뿜어내는 카리스마는 압도적이다. 작은 실수를 지나치지 않는 호통과 완벽한 플레이를 통한 승리를 추구한다. '공포의 삑삑이'로 불리는 체력측정 등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혹독한 훈련도 트레이드 마크다. 속내를 숨길 뿐이다. 여린 태극낭자들의 속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지도자다. 4년 마다 돌아오는 올림픽에 반짝하는 관심 뒤에 찾아오는 찬바람을 이겨내기 위해선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코트 위의 진리를 스스로 실천하는 수밖에 없었다. '우생순 신화'를 탄생시킨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언니들의 졸업식'이 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동메달 모두 이런 산고 끝에 얻은 환희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에 나선 임영철호의 순항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예선 첫 경기서 카자흐스탄을 11골차로 대파한데 이어, 22일 난적 중국을 12골차로 꺾으며 2연승을 달렸다. 장신 선수들을 앞세운 카자흐스탄과 최근 실력이 급상승 중인 중국 모두 부담스런 상대로 꼽혔지만, 한국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임영철호는 100% 전력을 꾸리지 못했다. 핸드볼코리아리그 일정이 짧게 마무리 됐으나, 지난달 조기에 치른 전국체전 후유증이 남아 있다. 에이스 김온아의 동생이기도 한 김선화(이상 인천시청)가 부상으로 출국 직전 하차 했다. 류은희(인천시청) 심해인(삼척시청) 이은비(부산시설관리공단) 등 주축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김온아 정유라(대구시청) 권한나(서울시청) 등 나머지 선수들이 제 몫을 해주고 있지만, '부상'은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2연승으로 선전을 이어가고 있는 게 다행스런 부분이다. 임 감독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선수들 경기력이 향상되고 있다"며 "남은 경기에서도 최고의 결과를 내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 짓겠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리우올림픽에서 '행복한 우생순'을 꿈꾸고 있다. '우생순'은 핸드볼을 향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시킨 사건이었지만, 반대로 비인기종목 설움을 빗댄 '한대볼'로 불릴 정도로 열악한 핸드볼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아픔이기도 하다. '행복한 우생순'의 1막인 이번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과연 임 감독은 어떤 결말을 그리게 될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