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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B(타격)] 스튜어트 무너뜨린 허경민의 '설정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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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결단이다. 다음 경기를 볼 수 있는 여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포스트 시즌 무대는 그렇다.

야구는 변수가 많다. 겉으로 보기엔 자그마한 나이스 플레이와 미스 플레이가 승패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준비한 스포츠조선의 야심찬 포스트 시즌 기획. [PS포인트]다.

타격(B) 수비(F) 주루(R) 피칭(P)으로 세분화, 요점을 정리했다.



[PS포인트-B(타격)]

시즌 중반 허경민은 외국인 타자 데이빈슨 로메로를 완전히 밀어내고 3루 주전 자리를 꿰찼다. 당시 쾌조의 컨디션을 유지하던 허경민에게 팀 선배 민병헌과 김현수는 가끔 덕아웃에서 "천재야. 천재"라고 놀리듯 말했다. 단지 농담만은 아니었다. 언뜻언뜻 보이는 센스에 대한 찬사가 깔려 있었다. 실제 타석에서 작전수행이나 상황 대처 능력은 리그 톱 수준이다. 플레이오프 1차전 1회 NC의 수비 시프트를 무력화시킨 히트 앤 런 작전이 있었다. 당시 정수빈이 1루 주자. 타석에 허경민이 있었다. 이때 2루수 박민우는 1루쪽으로 쏠린 수비 시프트를 섰다. 허경민의 밀어치기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보통 우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경우, 2루수가 1루 주자의 도루에 대비해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간다. 좌타자의 경우 유격수가 들어간다. 포수가 수비수들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역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상대의 의표를 찌르거나, 수비 시프트에 따른 대처 때문이다.

2루수 박민우가 2루 베이스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은, 유격수 손시헌이 2루 베이스 커버에 들어간다는 의미. 결국 1루 주자 정수빈이 뛰면 3루와 2루 간의 공간은 순간적으로 '히트 존'을 형성한다. 타석에 들어선 허경민은 이 부분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밀지 않고, 당겼다. 유격수 손시헌이 역동작에 걸렸고, 결국 안타가 됐다. 1차전 두산 대승의 원동력이 됐다. 허경민의 빛나는 센스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4일 플레이오프 5차전. 한국시리즈 티켓이 달린 절체절명의 상황. 두산은 4회까지 1-2로 뒤져 있었다. 선두타자 김재호와 정수빈의 연속 2루타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계속되는 무사 2루의 찬스.

타석에 허경민이 들어섰다. 경기 전 두산 김태형 감독은 "스튜어트의 공은 연속 안타를 기록하기 힘들다. 득점권에 주자를 적극적으로 보낼 것"이라고 했다. 즉, 희생번트가 많아질 수 있다는 의미.

2-2 동점 상황에서 역전 점수는 매우 중요하다. 두산 벤치가 모를 리 없었다. 정해진 수순은 허경민의 희생번트. 1사 3루 상황에서 득점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그런데 상황은 미묘하게 변해 있었다. 4일 쉬고 등판한 NC 선발 스튜어트의 공은 투구수 60개가 넘어가자 위력 자체가 약간 떨어져 있었다. 때문에 희생번트는 오히려 고전하고 있는 스튜어트에게 도와주는 결과가 될 수 있었다. 매우 애매한 상황이었다.

두산 벤치는 이런 미묘한 변화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결국 대처 능력이 좋은 허경민에게 맡겼다. 허경민은 일단 타석에서 번트 모션을 한 번 취했다. 희생번트 가능성이 많은 상황에서 NC 수비진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서였다.

허경민이 택한 방법은 적극적인 밀어치기였다. 2루 땅볼이 나오더라도 빠른 2루 주자 정수빈이 충분히 3루에 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안타가 나오면 더욱 좋았다. 결국 허경민은 스튜어트의 몸쪽 패스트볼을 치기 전, 이미 오른 다리를 뺀 상태에서 툭 밀었다. 날카롭게 굴러간 타구는 우전 안타로 연결됐다. 무사 1, 3루의 황금찬스로 이어졌다. 이후, 민병헌의 볼넷과 김현수의 우선상 2타점 적시타가 터졌다. 양의지의 희생 플라이로 두산은 순식간에 5득점, 전세를 완전히 역전시켰다. 1차전에 이어 5차전에서도 허경민의 좋은 센스가 사실상 호투하던 스튜어트를 무너뜨린 원동력이었다. 창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