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트라우마 극복은 쉽지 않다.
NC 2루수 박민우가 또 한번 아찔한 실책을 저질렀다. 21일 NC와 두산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이 열린 잠실구장. NC는 1-0으로 앞선 2회말 선발 손민한이 2사 후 9번 최재훈에게 좌전 안타, 1번 정수빈에게 우중월 3루타를 얻어맞았다. 문제는 그 다음 장면. 흔들리던 손민한은 냉정함을 되찾고 2번 허경민을 평범한 2루 땅볼로 유도했지만, 공을 잡은 박민우가 1루에 악송구를 했다. 2-1 두산의 역전. NC로선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줬다.
박민우는 올 정규시즌에서 실책이 11개다. 10개 구단 2루수 중 최악의 수치는 아니지만, "기록된 실책보다 보이지 않는 실수가 더 많았다"고 자책하고 있다. 이를 두고 야구인들은 박빙의 상황이 아님에도 과도하게 긴장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송구 동작도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박민우는 원래 유격수였다. 선린중을 거쳐 휘문고 1학년 때까지 투수와 유격수를 봤다. 하지만 오른 팔꿈치 인대가 찢어지며 수술대에 올랐고 1년의 재활 뒤 2루수로 포지션을 옮겼다. 문제는 여전히 '정확성'보다 '강함'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 여기에 몇 차례 치명적인 실책이 겹치며 트라우마까지 있다.
지난해에도 박민우는 포스트시즌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했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2-3으로 뒤지던 1사 1루에서 이병규(7번)의 뜬 공을 놓쳤다. 1루 주자는 그대로 홈인. 올 가을 야구에서도 그는 플레이오프 1차전, 0-4로 뒤지던 4회 2사 후 오재일의 땅볼을 1루로 악송구 해 식은땀을 흘렸다.
그런데 야구는 역시 묘하다. 이 실책 이후 두산으로 넘어간 경기 분위기가 급격히 NC 쪽으로 되돌아왔다. 3회초 선두 타자로 나온 박민우가 실책의 부담감에서 털어내고 좌전 안타를 때리며 출루에 성공한 것이다. NC는 이후 5개의 안타를 몰아치며 대거 4점을 뽑았다. 실책 하나가 선수단의 집중력을 한 데 모으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잠실=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