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경기에 모든 전력을 쏟아 붓는다. 포스트시즌에선 모든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다. 한 타자, 한 이닝이 끝날 때마다 아쉬움의 탄식과 기쁨의 환호성이 터진다. 진 쪽은 사소한 것도 불만이고, 이긴 쪽은 모든 게 다 아름다워 보인다. 담당기자가 잠시 이성을 내려놓고 철저히 팬의 눈으로 편파적인 관전평을 썼다. 팬과 공감하는 편파 해설, 용감한 관전평이다. <편집자주>
#장면 1. 나이 40세9개월19일의 백전노장. 2008년 이후 모처럼 선발 등판한 포스트시즌. NC 베테랑 손민한은 흔들렸다. 1회말 1사 2루에서 4번 김현수, 5번 오재원에게 거푸 볼넷으로 내보내며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김경문 NC 감독은 눈 하나 꿈쩍 안 했다. 며칠 전부터 "오늘은 잘라 막기를 할 것이다"고 총력전을 선언했지만, 당시 불펜에서 몸을 푸는 선수는 없었다. 손민한에게 보내는 신뢰. 그것 말고는 '내일'이 없는 단기전에서 설명할 길이 없었다.
#장면 2. 정규시즌 18승 투수 유희관도 출발이 좋지 못했다. 이날 나광남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은 모든 투수들에게 가혹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2-1로 앞선 3회 두산의 수비. 유희관이 선두 타자 박민우에게 좌전 안타를 맞자 불펜에서 오른손 노경은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후속 김종호의 우전 안타로 계속된 무사 1,2루. 한용덕 투수 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이후 나성범의 우익수 플라이와 테임즈의 1타점짜리 중전 적시타. 한용덕 코치가 다시 한번 벤치를 박차고 걸어 나왔다. 투수 교체. 경기 초반 양 팀의 스코어는 2-2, 1사 1,3루였다.
플레이오프 3차전이 아주 싱겁게 끝났다. 결론적으로 베테랑 선발 투수를 믿은 NC가, 18승 투수를 믿지 못한 두산을 대파했다. 16대2. 2차전에서 다 잡은 승리를 놓친 두산의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이번 시리즈는 3승1패 NC의 완승으로 끝날 듯 하다.
유희관의 교체 장면에서 두산의 현주소가 그대로 드러났다. 벤치는 조급했고, 선수단은 불안에 떨었다. 오른 엄지 발가락 미세 골절을 당한 안방마님 양의지의 공백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NC 선수들이 그랬듯, 쫓기는 쪽은 홈 팀이었다.
이날의 승부처는 '장면 2'였다. 유희관이 계속 마운드에 있었더라면…. 두산 팬들은 이런 가정을 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타석에는 이호준이었다. 유희관이 자신감을 갖고 있는 오른손 타자. 몸쪽 직구 위주의 피칭으로 삼진도 가능하고, 싱커를 바깥쪽으로 떨어뜨려 병살 플레이를 유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노경은이 마운드에 올랐다. 곧장 오른손 타자인 이호준 이종욱 손시헌에게 연속 3안타를 맞으며 고개를 떨궜다. 또 이 과정에서 포크볼을 던지다 폭투도 범했다.
여기서 잠깐,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제보를 해보자. 두산 불펜이 애초부터 이 같은 위기를 막을 수 있는 팀인지를 말이다. MC 김상중 씨는 아마 이런 얘기를 할 것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필자가 매번 '용감한 관전평'에서도 밝혔듯, 그럴 수 없다. 이게 두산의 현실이다. "들어 맞으면 대박, 실패하면 그야말로 쪽박"이라는 승부수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너무 명확한 팀이다. 기본적으로 감독이 믿는 투수가 선발, 불펜을 통틀어 5명 밖에 없다. 외국인 투수 니퍼트, FA로 영입한 장원준, 셋업맨 함덕주, 마무리 이현승, 스윙맨 노경은이다. 두산은 현재 28명의 엔트리 안에 12명의 투수가 있지만,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위기에서 출격 명령이 떨어지는 불펜 투수는 3명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치명적인 약점을 떠안고 NC를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리 아닌가.
7회부터는 두산 불펜의 심각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2차전에서 폭투를 범한 함덕주, 오현택, 진야곱, 윤명준, 남경호가 줄줄이 등판해 11실점 했다.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는 포스트시즌이라고 볼 수 없는 경기력. 두산 입장에선 터질 게 터졌다. 충분히 예상됐던 침몰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4차전도 아마 NC의 일방적인 분위기로 흘러갈 듯 한 건 과연 필자만의 생각인 걸까.
잠실=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