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로 나선 손민한은 역투했다. 예상외였다. 1회부터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졌다. 불혹 손민한은 1회 25개의 볼을 던졌는데 무려 직구가 22개였다. 투심과 포심을 섞어 던졌는데 구속차이는 거의 없었다. 포심과 투심패스트볼 모두 최고 144㎞였다.
두산 타자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칼같은 제구력에 좌우코너워크, 여기에 다양한 변화구를 예상했는데 허를 찔렸다. 하지만 전력투구를 하다보면 탈이 생길 수 있다. 6회말 선두 6번 최주환을 상대하던 손민한이 볼 2개를 던진 뒤 갑자기 덕아웃을 쳐다봤다. 오른손 중지에 물집이 생겼다. 손민한은 두손을 교차시키며 X자를 그렸다. '어렵다'는 얘기다.
NC 덕아웃은 일순간 바빠졌다. 급하게 이민호를 올렸다.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2010년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두산 에이스 히메네스의 엄지 손가락 물집 사건. 히메네스는 초반에 호투하던 히메네스는 물집이 잡힌 뒤 마구 흔들리며 4회를 넘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3회까지 5-0으로 앞서 있던 두산은 결국 연장 11회에 5대6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손민한이 내려가자 두산 덕아웃에선 활기가 돌았다. 이상하게 손민한의 제구에 막혀 있던 두산이었다. 3회부터 5회까지 이렇다할 저항을 못하고 무득점 행진이었다. 2-5로 리드당하고 있던 6회에 반전을 꾀할 수도 있을리라 봤다. 선발이 갑작스런 부상 등으로 내려가면 경기 흐름이 확 바뀌는 경우가 꽤 있다. 하지만 이후 올라온 NC 이민호는 더 무시무시했다. 최고 149㎞ 강속구가 좌우 코너로 파고 들었다. 6회와 7회 2사까지 5타자를 상대로 무안타 2탈삼진을 기록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름없는 영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잠실=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