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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사막은 왜 게임대상 참가기회를 포기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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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어비스(대표 김대일)가 개발하고 다음게임이 서비스 중인 온라인게임 '검은사막'이 2015 대한민국 게임대상 출품을 포기했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한해 최고의 게임을 선정하는 시상식이자, 게임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게다가 게임대상은 해당 게임이 서비스를 시작한 첫 해에만 후보로 출품할 수 있어 '신인상'의 조건을 가진 '최고상'을 뜻한다. 참가조건이 제한적이고 서비스 첫해만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이후에는 참가하거나 받고 싶어도 그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검은사막은 그 기회를 스스로 내려놓았다. 펄어비스는 공식적으로 "이미 예전 작품으로 대상을 받았기 때문에 다른 열심히 노력한 개발자들과 개발사들에 기회가 가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비겁한 변명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사실상 2015 대한민국 게임대상이 넷마블게임즈의 '레이븐 with NAVER'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2로 압축된 상황에서 제3의 옵션으로 생각되는 것에 심기가 불편했을 가능성도 있다.

기대보다 검은사막이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고 서비스 초반 버그와 다양한 문제로 인해 불미스러운 일들이 있어 유저들이 몰렸다가 빠진 것도 이번 게임대상 출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펄어비스 입장에서는 게임대상에 검은사막이 출품하지 않으면 '게임대상을 못 받은 것'이 아닌 '게임대상을 안 받은 것'이 되기 때문에 네티즌들이 이야기하는 소위 '정신승리'로 위안을 얻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게임대상은 단순 흥행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것이 아닌 게임성과 가치 평가가 조금 더 높은 평가 기준을 가지고 있는 만큼 스스로 가치를 깎아내리고 낮게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현재 검은사막을 즐기고 있는 유저들이다. 커뮤니티에서 검은사막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있다하더라도 지금도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는 유저들이 있는데, 이번 펄어비스의 선택은 기존 유저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을 볼 수 있다.



과거 게임들을 보면 게임대상에 출품하면서 유저들에게 앞으로 게임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이고 서비스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었다. 비록 유저들이 믿어주지 않다고 하더라도 개발사는 유저들에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벤트로 게임 내 버프나 혜택을 제공하면서 게임대상의 수상과 관계없이 이벤트로 이어갔다.

그리고 '예전 작품(C9)으로 대상을 받았다'는 것은 검은사막이 아닌 펄어비스의 대표인 김대일 대표의 관점과 기준이 되는 멘트이자, 검은사막의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행동이다. 검은사막이 비록 흥행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하더라도 그래픽과 액션성 부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것들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한 셈이다.

현재 검은사막은 일본을 시작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만약 게임대상 미출품 이유가 '글로벌 서비스 준비로 인해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됐다'면 그래도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게임대상에 참여하지 않고 글로벌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는 국내 유저들은 다소 씁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다음게임의 역할도 아쉽게 느껴진다. 다음게임은 공식적으로 "게임 대상은 좋은 기회이나 작품을 만든 개발사의 의견을 존중하여 출품을 보류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게임대상은 게임을 개발한 개발사의 의지가 많이 반영되긴 하지만 과거 다음게임은 검은사막을 시작으로 온라인게임과 게임사업을 강화할 목표를 밝혔다. 최근 다음게임이 온라인 보다 모바일게임에 집중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퍼블리셔 입장에서 게임대상이라는 영예는 앞으로의 게임 비즈니스에 큰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기회임에도 이를 놓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2015 게임대상 후보등록은 마감되어 온라인게임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2와 클로저스, 네오위즈의 블랙스쿼드 등이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모바일게임은 넷마블의 레이븐과 마블퓨처파이트, 와이디온라인의 갓오브하이스쿨, 루노소프트의 틀린그림찾기등이 경쟁하게 된다.

만약 펄어비스가 진심으로 '열심히 노력한 개발자들과 개발사들에 기회 제공'을 위해 게임대상을 고사했다면, 선배 개발자로서 행사장을 찾아 수상자들에게 따뜻한 박수를 쳐줄 수 있는 넓은 아량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호경 게임인사이트 기자 press@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