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NC 감독이 마침내 칼을 빼 들 것으로 보인다.
NC는 두산과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시원한 공격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1차전 0대7 완봉패 뒤 2차전 2대1 승리로 균형을 맞췄지만 팀 색깔을 나오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출루 자체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득점권에서 타격하는 일이 드물었고, 잠실구장보다 작은 마산구장에서 홈런이 나오지 않았다.
2차전까지 타격감이 좋은 선수는 사실상 테임즈, 손시헌뿐이다. 나란히 6타수 2안타 타율 3할3푼3리를 기록 중이다. 반면 1번 김종호 6타수 1안타 1할6푼7리, 3번 이종욱 7타수 무안타, 5번 나성범 5타수 무안타, 지명타자 이호준도 6타수 무안타다. 이들은 두산 안방마님 양의지의 볼배합에 철저히 당했다. 양의지는 1차전 선발 니퍼트에게 공격적인 투구를, 2차전 선발 장원준에게는 꾀는 투구를 유도했다.
결국 김 감독은 타순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심차게 꺼낸 '이종욱 3번 카드'가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서 3번 나성범-4번 테임즈-5번 이호준-6번 이종욱 순으로 타선이 꾸려질 공산이 크다. 혹은 이종욱을 과감히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시키고 어깨가 좋은 김성욱이 중견수에 포진할 가능성도 없진 않다.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나성범이다. 팬들은 이종욱의 부진이 깊어질 수록 '3번 나성범'에 대한 그리움을 진하게 느끼고 있다. 나성범도 정규시즌 막판 인터뷰에서 "NC에 입단해 처음부터 3번을 맡았다. 3번이 됐든 5번이 됐든 타순에 큰 욕심은 없지만, 원래 치던 곳에서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테임즈가 뒤에 있을 땐 상대가 초구부터 빨리 승부를 들어오는 경향이 있다. 반면 5번에 있을 경우 테임즈가 1루에 나가 있는 상황이 많아 어려운 볼배합이 온다"며 "아무래도 타자 입장에서는 단순한 볼배합이 좋다"고 차이점을 말했다. 그리고 나성범이 3번을 맡는다면 NC는 1,2차전보다는 NC다운 야구를 펼칠 듯 하다. 이종욱은 시즌 막판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경기 감각이 떨어진 상태고, 나성범은 '감' 자체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 최강 외인 타자 테임즈로부터 오는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다. 앞서 드러난 NC의 가장 큰 문제는 '선두 타자' 테임즈다. 타선이 3안타 빈공에 시달린 1차전. 3타수 1안타를 때린 테임즈는 3타석을 모두 선두 타자로 나와 소화했다. 2회, 5회, 7회 모두 주자가 없다 보니 상대 배터리가 느끼는 부담감이 절반으로 줄었다. 2차전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에도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는데 2사 1루였던 1회를 빼면 4회와 7회는 선두 타자다.
테임즈는 올해 142경기에서 472타수 180안타 타율 3할8푼1리에 47홈런 140타점 130득점 40도루에 성공했다. 기본적으로 주자가 있든 없든 언제나 잘 때리는 타자이지만, NC 입장에서는 무조건 주자가 있을 때 테임즈가 타석에 서야 한다. 그래야 상대가 테임즈를 더 두려워 한다. 테임즈도 엄청난 장타율(0.790)과 출루율(0.497)을 발휘해 한 방을 때리거나 1루에 나가 대량득점의 물꼬를 트는 일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벤치에서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스퀴즈 번트 시도 등 경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과연 김경문 감독은 남은 시리즈에서 어떤 타순을 들고 나올까. 테임즈는 바뀐 라인업 덕분에 '선두 타자'로 들어서는 일이 확 줄어들 수 있을까. 그렇다면 NC다운 화끈한 야구는 가능해진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