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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사 악녀 열전, 제2의 연민정-조수향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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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제2의 연민정, 조수향은 누가 될까.

악녀들이 안방극장을 주름잡고 있다. 숨겨진 사연도, 악행을 저지르는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순발력과 임기응변은 어찌나 좋은지 매번 사람들은 악녀들에게 속아 넘어가 시청자들에게 짜증 한다발씩을 선사한다. 그렇다면 수없이 쏟아져나온 악녀들 중 제2의 연민정, 조수향은 누구일까.

▶ "니가 우리 아빠 친딸인 게 잘못이야", '내딸 금사월' 박세영

박세영은 MBC '내딸 금사월'에서 오혜상 역을 맡았다. 오혜상은 금사월(백진희)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고도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인물. 계속해서 금사월과 오민호(박상원)의 사이를 이간질하고 금사월을 내쫓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항상 엄마 아빠의 사랑을 빼앗길까 두려워서 그랬다는 말로 자기 합리화를 하지만, 정작 강만후(손창민)와 손잡고 오민호의 회사를 위험에 빠트리고, 신분상승을 위해 강찬빈(윤현민)과 결혼을 추진하려 또다시 오민호를 팔아먹는 모습을 보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어릴 때부터 '가난이 싫다'며 자신의 친아빠와 주오월(송하윤)을 원장실에 가둬 붕괴사고에서 탈출하지 못하게 하려던 걸 보면 뼛속부터 악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박세영의 연기력은 아직까지는 살짝 아쉽다. 눈 부릅뜨고 소리지르는 김순옥표 악녀 연기의 계보는 이었지만, 다소 부정확한 발음과 어색한 표정 연기가 아쉽다는 평가. 만약 연기력이 완벽했다면 '제2의 연민정'이 될 가장 좋은 입지란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 "친구? 웃기지마", '발칙하게 고고' 채수빈

채수빈은 KBS2 월화극 '발칙하게 고고'에서 권수아 역을 맡았다. 권수아는 한마디로 스펙 만능주의에 젖은 학생이다. 스펙 앞에선 친구고 뭐고 없다. 그가 이런 아이로 성장한 이유는 어머니 때문. 천재형인 김열(이원근)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만족을 모르는 어머니의 인정을 받기 위해 성격 한번 제대로 꼬여버렸다. 자신의 스펙 쌓기를 위해 친구도 배신하고, 스펙 몰아주기를 폭로한 선생에게 성추행범 누명까지 덮어씌워 학교를 그만두게 만드는 대범함을 갖췄다.

그렇다면 스펙만 챙겨도 될텐데 욕심도 많다. 이기적으로 살고는 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친구를 바란다. 그래서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항상 주변에 사람이 끊이지 않는 강연두(정은지)에 대한 시기 질투를 한다. 하지만 제 뜻대로 되지 않자 강연두의 소지품을 버려 버리고 "급이 안맞는데 무슨 친구"라는 막말도 쏟아낸다. 그러고도 성에 차지 않아 그를 도와주는 친구에게까지 복수를 감행한다.

'발칙하게 고고'가 극성 강한 막장극이 아닌 학원물이라 이 정도로 그친 듯 하다. 전교 2등 브레인답게 치밀하게 함정을 파고, 성사됐을 땐 비열한 웃음을 짓는 모습은 혀를 끌끌차게 만들고 있다. 또 진심으로 대하는 친구를 스펙으로 평가하고, 그를 깎아내리려 아둥바둥하는 모습은 혈압 상승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비록 밉지만 밉상 연기를 출중하게 해냈다는 점에서 채수빈은 '후아유-학교 2015'에서 희대의 악녀로 열연한 조수향을 연상케 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 "너한테는 안 뺏겨", '애인있어요' 박한별

박한별은 SBS 주말극 '애인있어요'에서 강설리 역을 맡았다. 강설리는 밑도 끝도 없는 인물이다. 도해강(김현주)을 내쫓고 최진언(지진희)를 가로채 유학길에 오르더니 정작 본인이 원하는대로 결혼까진 골인하지 못했다. 유학 생활을 끝내고 귀국한 뒤 기억을 잃은 도해강과 마주치자 열등감이 폭발했다. 그렇게 무시하던 도해강에게 최진언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것. 이에 백석(이규한)에게 도해강과의 결혼을 종용하는 한편 도해강의 인생에 태클을 걸기 시작했다. 최진언과 도해강이 함께 있는 걸 본 뒤에는 최진언이 아닌 도해강의 뺨을 때리며 한풀이도 한다.

박한별은 이 작품으로 '국민 불륜녀' 반열에 올라섰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의 정석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마음에 분노의 불씨를 당겼다. 불륜을 저지르고도 미안하거나 창피해하는 기색 하나도 없이 오히려 당당하게 자신의 사랑을 주장하는 모습은 개념 상실녀가 되기에 충분하다.

silk781220@sportschosun.com